선학원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은 법진 이사장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데 이어 연일 ‘감싸기’에 나선 모양새다. ‘법진 퇴진’을 주장해온 선학원미래포럼이 법원에 이사장 직무 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데 이어 매주 선학원을 찾아 ‘창건주 분원장 우리부터 참회하자’는 의미로 법회를 열고 있지만 선학원 측은 법당을 봉쇄하고 내부로 진입하려는 스님들을 몸으로 막아서면서 폭행논란까지 만들고 있다.
선학원미래포럼 30여 명은 오늘(2월18일) 지난주에 이어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을 찾았다. 선학원미래포럼은 지난주에도 선학원 이사회가 대법원에서 실형까지 선고 받은 법진 이사장 임기를 보장한 데 따른 항의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 의미로 법당을 찾았으나 선학원 측이 법당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전부 걸어 잠그면서 기념관 1층 바닥에서 참회 법회를 연 바 있다.
두 번째 법회를 위해 선학원을 찾은 스님들은 이날 지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 대웅전 법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법진 퇴진’을 주장하며 지난해 1주일 넘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단식했던 설봉스님도 함께였다. 스님과 불자들은 부처님전에 참배한 후 참회 의미로 108배를 올렸다. “선학원 역사에 오늘처럼 이렇게 참담하고 부끄러운 때는 없었다”, “오늘 사태를 이렇게 만든 데는 우리 책임이 크다”는 내용의 고불문 낭독과 참회 진언도 했다.
폭행 논란이 불거진 건 법회 시작 후 1시간여 만이다. 법회가 끝날 때쯤 선학원미래포럼 스님 중 한 명이 “움직일 수 없다”며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 선학원미래포럼 상임위원 심원스님은 “법회 도중 잠시 밖으로 물건을 가지러 갔던 스님이 다시 법당으로 들어오려다 이를 제지하려는 선학원 측 스님과 직원에 의해 크게 다쳤다”며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한 선학원미래포럼 법원스님은 곧이어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서울백병원으로 옮겨졌다. 선학원미래포럼은 “스님을 밀쳐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갑자기 중지시켜 법회가 끝난 노보살들을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며 “법회를 막지 못한 선학원 측이 말도 안되는 심통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학원 측은 이날 선학원미래포럼 법회가 시작된 것을 알아채고 뒤늦게 출입 통제에 나섰다. 다급히 1층 문부터 걸어 잠근 선학원은 법회 도중 부상당한 스님을 호송하기 위해 “문을 열어 달라”는 구급대원 요청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스님을 호송하기 위해 출입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으로부터 “사람이 다쳤는데 협조를 안 해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선학원은 이날 출입문 봉쇄에 이어 언론 통제까지 강행했다. 선학원 측은 이날 법회를 취재하고 있는 불교계 기자들을 내쫒으며 취재 거부와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선학원 한 관계자는 “조계종이 불교저널 취재를 막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도 법보신문과 불교신문 취재는 거부한다”고 했다.
양측 입장이 맞선 가운데 대립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선학원미래포럼은 폭행 사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매주 월요일 참회 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며 선학원 측은 계속해서 법당 봉쇄와 출입 금지 조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봉스님은 "선학원 주인인 창건주가 법당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분개했다.
이사장 해임 결정권을 갖고 있는 선학원 이사회는 오는 21일 오후1시 대구 보성선원에서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선학원미래포럼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선학원 이사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안건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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