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어 활짝 핀 연꽃 다구(茶具)

연꽃 형상화한 ‘연잎다기’

연꽃 띄운 다도법도 개발

 

독창적인 도예작품 통해

20여 개 특허·의장 보유

 

한복전문가 이영순 선생과

3월13일 경주예술의전당서

‘한복입은 달항아리’전 개막

 

지난 12일 신현철도예연구소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현철 광주 왕실도자기 명장.

연파 신현철(64) 도예가는 40년 가까이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창적인 다구(茶具)와 달항아리를 만든 도예가로 손꼽히고 있다. 1986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수십차례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핀란드 등 전세계 각지에서 초대전과 전시회를 통해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다도문화를 알리고 있다. 광주 왕실도자기 명장으로도 선정돼 우리의 전통문화를 앞장서 지켜나가고 있는 도예가다.

신현철 명장은 도예학과나 미술대학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대학 시절 고미술전시회를 통해 도자기를 처음 접한 신 명장은 군제대 후 취미활동 차원에서 문화센터를 다니며 본격적으로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하지만 신 명장은 도예를 접한 지 불과 수개월만에 동아공예대전에서 입선할 만큼 숨겨진 재능을 뒤늦게 발견했다.

‘분청사기의 대가’ 윤광조 선생의 경기도 광주 작업실에서 숙식하며 도예가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되는 행운도 잇따랐다. 하지만 수련생활을 하다가 스승의 작품과 똑같은 다구를 만들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만의 다구를 만들겠다는 서원을 갖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다.

특히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해인사 선방 수좌와의 짧은 만남은 신 명장의 삶에 있어서 큰 변곡점이 됐다. 안거 해제 후 토우 김종희 선생이 만든 백자다관을 사서 바랑에 담아온 그 수좌가 찻집에서 다구를 꺼내 차를 내려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다. ‘스님들의 바랑 속에 담길 만큼 휴대하기도 편한 신현철만의 다구를 만든다면 스님들이 전국 방방곡곡마다 나의 다구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스님도 신 명장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성우스님은 “중국 한 회화작가가 평생동안 연꽃 하나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며 신 명장에게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것을 당부했던 것이다.

두 명의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건네받은 신 명장은 3년간의 연구 끝에 1987년 ‘연잎다기’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서울 봉은사 연못에서 연대가 올라와 연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지켜본 뒤 연잎다기를 만들었다. 또한 찻주전자 입이 참새부리와 같고 손잡이가 참새꼬리처럼 날렵하게 뻗어 있는 ‘참새다기’, 무궁화꽃을 형상화한 ‘무궁화다기’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신 명장만의 작품세계를 세상에 알려나갔다. 특히 신 명장은 연꽃을 형상화한 ‘연지(蓮池)’ 다구와 연꽃을 연지에 띄워 꽃을 보면서 차도 마실 수 있는 ‘연지화개다법(蓮池花開茶法)’을 최초로 선보였다.

더 나아가 숭례문 화재사고와 세월호 사고 등 우리 사회의 큰 사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기도 했다. 탑모형을 본뜬 ‘탑다기’도 신 명장의 독창성을 더해주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20가지가 넘는 디자인 특허와 의장등록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숭례문 화재사건 당일 밤늦게 TV를 통해 본 뒤 너무나 안타까워 밤새 ‘숭례문형다기’를 만들었어요. 세월호 사고 때는 크나 큰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일에 손도 대지 못하다가 ‘타일자기’ 방식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작품으로 담아내기도 했어요. 연못의 연꽃에서부터 나무 위의 참새, 세상사까지 많은 것들이 제 작품세계에 영감을 주고 있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신현철도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 명장은 도예기념관 건립이 목표다. 연파(蓮波)라는 호처럼 ‘연꽃의 물결’이 더 큰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서원하며 우리 차를 마시면서 도자기도 감상할 수 있는 기념관을 마련하겠다는 꿈이다. “커피문화가 확산되면서 녹차 등 전통차문화가 너무 위축됐어요. 우리 전통 다도문화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들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래요. 이를 위해 저 또한 다구를 만들면서 전통차도 함께 마시며 즐길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신현철 명장은 오는 3월13일부터 23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한복 입은 달항아리’ 전시회를 연다. 신 명장의 다구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한복전문가 주명 이영순 선생의 우리 옷 인생 60년을 되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된 특별전이다. 신 명장의 전통 찻사발과 항아리가 이영순 선생의 한복 작품과 어떤 콜라보를 발휘할지 벌써 기대가 되는 전시회다.

신 명장의 대표작품인 ‘연잎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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