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정말 나쁜 것일까?

모든 고통에는 원인이 따라
고통 없으면 편안함에 집착

병의 괴로움, 인간관계의 괴로움, 마음의 괴로움, 이 세 가지 다른 양태의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경험해야 하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인가, 아니면 원인이 있어 발생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고통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every event has a cause).” 라는 물리학의 법칙을 떠오르게 한다. 열대 지방에 오래 살면 치아가 약해지게 되고, 필자도 그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소중한, 그러면서도 당연한 삶의 진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이가 상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 원인만은 아니었다. 양치만 잘한다 해서 이가 상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양치를 잘한다 해도 열이 머리에 솟구치는 상기도 원인이고, 또한 영양의 부조화도 원인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치아가 상하고 치료되어지는 과정속에서 치아의 고통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모든 고통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통의 원인은 물리적인 원인과 심리적인 원인으로 분류할 수 있고, 심리적 요인이 물리적인 원인을 다시 일으킨다. 심리적 원인은 기본적으로 사랑과 미움이다. 사랑해선 안될 것을 사랑하고 미워해선 안될 것을 미워하는 것, 이것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싫어해선 안될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잠재되어 있는 한(恨;  스트레스) 때문이고, 사랑해선 안될 것을 사랑하는 이유는 근원적인 외로운 욕망 때문이다(갈애). 잠재되어 있는 사랑과 미움, 그리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집착해선 안될 것을 집착하게 한다. 집착은 안으로는 자신에 대한, 밖으로는 세상에 대한 두 가지가 있다.

자신에 대한 집착은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이고, 밖에 대한 집착은 6가지 감각 기관의 대상에 대한 집착(욕애, 欲愛),  몸이 있는 천상이나, 정신만 있는 신들의 세계등의 좋은 곳에 태어날려고 하는 욕망(유애, 有愛)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댓가를 기꺼이 받지 않고 회피할려는 욕망 (비유애, 非有愛)등이다.  이러한 집착이나 욕망들이 인간의 모든 의도적, 신체적 행위들을 일으키게 하고, 이러한 행위들의 결과가 고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욕심과 집착은 고통을 불러 일으키는 자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왜  집착하면 괴로움인가 (삼법인, 三法印)

집착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집착하면 집착한 것 만큼의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모든 마음의 대상은 여러 가지 인과 연에 의해서 구성되어진 것들이고, 이들은 한시도 멈춤이 없이 항상 변해간다(諸行無常). 이렇게 대상의 속성은 변하는 것이고 집착의 속성은 집착의 대상이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길 원한다. 이 두 가지는 본질적으로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집착이 있는 한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諸行皆苦).

집착은 모든 행위의 동인(動因)이다. 인간은 집착 때문에 행위를 하고 노력을 한다.  몸(감각 기관)을 편하게 하고 지킬려는 욕망, 좋고 아름다운 것을 소유할려는 욕망, 스스로 모아놓은 견해를 지킬려고 하는 욕망, 그리고 자아를 존중받기 원하는 욕망 등이다. 이러한 모든 욕망은 처음부터 이 모든 무상한 물질들과 상충되어지는 것이다 (4취; 四取)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통이 없이 편안하기만 하면 그 상태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화되어진 고통은 나의 행위를 반성하게 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게 해주는 동인이 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면 고통을 느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병, 늙음, 죽음의 고통은 태어남이, 마음의 고통은 좋아하고 싫어함이, 관계의 고통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이 근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한마디로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집착이다. 

[불교신문3463호/2019년2월16일자]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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