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홍법사 동림 가족들의 감사수행 ‘내 안의 감사향기’ 모습.

꽃이 피고 지며 잎이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나무의 나이테가 세월을 기억하듯 우리의 삶 속에도 자연의 이치가 그대로 담겨 있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바람과 폭우, 소나기, 태풍…. 

누구나 살다보면 가끔씩 좌절과 실망 속에 마음의 끈을 놓고 싶어지는 때가 있었으리라. 녹록치 못한 현실 속에 마음의 온도 조절이 필요했다.

기도의 목표를 정했고 사리암으로 매주 발걸음하면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겨울 눈바람을 뚫고 나반존자님께 엎드리고 조아렸다. 열기구 난방 없는 관음전. 굴법당에서 무릎 담요에 의지하며 새벽 예불까지 철야 기도를 올리는 그 순간들이 마음의 힘이었고 기도처로 향하는 그 시간들 속에서 나를 점검하고 스스로 묻고 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왜 이렇게 간절해야만 할까? 꼭 해야만 하는 나는 누구일까? 왜 일까?’ 추위 속 담요를 겹겹이 덮은 채 기도를 하면서도 가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의문은 잠시 고요히 하늘을 밝혀주는 달빛에도 감사하게 되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 한줌에 크게 감사했다. 피곤함과 마음의 의문은 오고감이 없어졌고 감사하는 순간마다 내 안 깊은 곳에서의 진심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감사하니 내가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함께 하고 싶었다. 감사할 수 있으면 큰 어려움과 극한 상황에서라고 그 순간마저 감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감사하면 또 감사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 행복해지는 마음을 홍법사 동림어린이들 자모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법회 시간에 켄데이스 퍼트 박사의 저서를 인용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몸과 마음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웰빙 상태를 만들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으로도 에너지가 차고 넘친다는 삼장박동의 자료를 제시하였다. 또한 다니엘 에이먼 박사의 감사한 생각을 가질 때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모든 부위가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런 이론적 배경 설명과 함께 홍법사 동림가족들의 감사수행 ‘내 안의 감사향기’는 시작됐고 네이버 밴드를 통해 매일 공개하고 서로 격려하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다 보니 감사의 에너지는 증폭됐다. 

어느 새 700일을 맞이하고 있다. 동림 가족들의 감사수행 모범 사례는 청소년진흥원의 인성 프로그램이 됐다. 포교의 일선에 계시는 분들의 많은 공감으로 조계종부산연합회 주최, 사단법인 동련 주관으로 연2회 구성 21일 동안 매일 감사함을 기록하는 ‘내 안의 감사향기’ 수행은 4회째 진행되고 있다. 감사향기를 통해 가족간 대화의 장이 생기고 보람도 크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행복은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절 마당을 거닐다 구석구석 피어오른 꽃봉오리에서도, 따스한 햇살과 진한 커피 향이 나를 행복하게 할 때가 있다.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면서 살아 있어 감사하고, 숨을 쉴 수 있어 감사하고,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소소한 일상에 깃들어 있는 행복요소들을 찾아보며 감사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오늘의 행복을 되뇌어 보는 시간이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 있어 감사한 날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이 희망이고 들리는 것이 희망이다. 오늘 서 있는 이 자리, 모든 일에 감사하다.

[불교신문3463호/2019년2월16일자] 

김경숙 부산 홍법사 청소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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