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도 대중의 요구에 맞게 다가가야 합니다”

내장사 주지 도완스님이 직접 제다한 전통차를 담은 항아리를 보여주며 ‘대중의 요구에 맞는 포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가 후부터 전통茶 연구
산사서 전하는 차 복원해
문화포교 방편으로 활용

내장사 사격 일신하고
신도조직 불교대학 정비
군포교 교도소포교 앞장

“관광사찰 이미지 벗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찰로
포교역량 강화해 나갈 것”

‘우리나라 제1의 단풍사찰’로 불리는 정읍 내장사. 가을철이 되면 수백만 인파가 몰리는 내장사를 흔히 관광사찰로 부른다. 얼핏 보면 사찰 신도조직도 허술해 보이고 입장료로만 사찰이 운영될 것 같은 생각을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전국 제1의 단풍사찰임은 분명하지만 사찰 신도조직의 활성화와 신도교육을 통한 지역불교 활성화, 지역 교도소 방문과 군 법당 건립을 통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또 지역민과 함께하는 경로잔치도 열고 연말이면 전체 신도조직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도 개최한다. 내장사가 중심이 되어 지역 불심을 모으고 지역민심을 사찰로 끌어들이고 있다. 더 특별한 포교활동은 차(茶)를 매개로 한 문화포교다. 인구 절벽의 시대요, 불자 감소의 시대에 이러한 사찰의 노력은 불교가 이 시대에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현 주지 도완(道完)스님을 지난 1일 만나보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둔 정읍 내장사에는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설경이 장관이었다. 가을 단풍철 도로를 뒤덮는 단풍나무에 내린 눈 구경도 단풍 구경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했다. 남녘에는 매화소식이 한창인데 내장사 일주문 기왓골에 쌓인 수북한 눈은 입춘을 앞둔 날씨를 무색하게 했다. 대웅전 우측 종무소를 지나 주지스님 차실에 들어가니 스님이 직접 제다한 전통차가 항아리에 가득했고 미묘한 차향이 그득했다.

“여기에 있는 차 옹기는 제주도 화산재로 만든 겁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전통 산사에서 내려오는 비법의 차를 보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있는 전통 차와 도구를 전시하는 박물관을 조성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님의 차실에 가득한 차는 전시용이 아니었다. 누구나 와서 시음하고 또 매년 제다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다. “불자가 감소하는 요즘 시대에는 대중들의 요구(Needs)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알맞게 다가가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불교교리를 주입하는 식으로 포교를 해서는 잘 먹혀들지가 않는다는 말입니다.”

승가대학(강원)을 졸업해 비구계를 받았지만 포교를 위해 중앙승가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사가 된 스님의 마인드가 반영돼 있는 것 같았다. 스님은 문화포교 방법으로 자신이 늘 관심영역에 두었던 차 문화를 활용하고 있었다.

“출가 후 차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 차를 비롯해 각국의 차를 섭렵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 전통 산사에서 전해지는 전통비법의 ‘자연숙성차’와 ‘전통전차’를 복원하는데 성공했어요. 매년 1.5톤 정도 만들어 판매하지는 않고 포교를 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스님의 차에 대한 식견은 차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7년에는 명원문화재단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7 명원세계차박람회’에서 제22회 국제차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님은 2016년 부임한 두 달 이후부터 내장사 정혜루를 차 문화 공간으로 개방했다.

“관람료만 받는 관광사찰 이미지에서 사찰을 찾는 분들에게 뭔가를 드리는 이미지를 심어야하겠다는 생각에서 무료로 차를 나눠드리기로 한 거죠. 부처님 도량을 돌아보고 차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쉬어가게 되면 그만큼 불교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스님이 산사에서 비법으로 전하는 차를 복원해 내놓은 ‘전통전차’.

이러한 차를 통한 문화포교 사업은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차와 명상’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또 4월부터 6월까지는 전통차 비법과 제다기술을 직접 전수해 스님과 재가불자 30여명의 전통제다인을 양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웅전 앞마당에 다례문화원을 신축해 전북지역 차문화 보급의 근거지를 마련했다. 스님은 “올해부터는 차 문화 기행 프로그램을 더 보강해 우리 전통차의 계승과 보존에 힘을 좀 더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내장사는 한국전쟁 때 전소한 관계로 온전한 사격(寺格)을 갖추지 못한 채로 현재에 이르고 있었다. 2016년 4월 부임한 스님은 우선 도량의 사격을 갖추기 위해 그해 12월 대웅전에 부처님을 봉안했다. 이후 단청작업도 완료해 온전한 대웅전의 모습을 갖췄다.

사격을 구비한 스님은 일상적인 포교와 신도조직에도 박차를 가했다. “유명무실했던 신도조직인 관음회와 거사림회를 재건하고 합창단을 활성화시켜 이제는 4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도교육을 위해 시내 포교당에 불교대학 전담스님을 배치시켜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인 경전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 군 부대에서의 법회활성화에도 앞장섰다. “인근 군부대의 법회여건이 미흡해 1억5천여만 원을 투자해 2017년 법당을 새로 건립했어요. 이곳에도 매주 일요일 내장사 포교국장 스님을 파견해 군 포교를 하고 있어요.”

포교의 사각지대인 재소자 포교에도 나섰다. “정읍교도소 포교는 부임 전에도 진행했으나 안정적이지 못했어요. 제가 부임하면서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포교국장 스님이 전담해 법문을 해 이제는 평균 80여명의 재소자들이 꾸준히 법회에 동참하고 있어요.”

사찰과 지역민과의 친밀도를 높여 포교를 극대화해야 함을 강조하는 스님은 이를 위한 다양한 행사도 매년 마련하고 있었다.

“매년 5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시내 체육센터를 빌려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어요. 500∼800여명이 오셔서 따뜻한 공양과 다양한 문화공연을 보시도록 조치하고 있어요. 지역청소년을 위한 장학금도 500여만 원을 출연해 지원하고 있어요. 연말에는 어려운 이웃에 난방유를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죠. 이러한 활동으로 지역민과 사찰의 유대관계가 더 끈끈해 지고 있어요.”

스님은 “사찰의 일상적인 포교활동과 지역민을 위한 복지활동이 병행되면 포교효과도 배가될 수 있고, 지역민과 신뢰도 더 견고해진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미륵부처님과 인연이 깊다. 도솔암 주지를 맡은 것도 그렇고 내장사에 부임해서도 신기한 인연을 만났다. “부임한 지 3일 만에 미륵부처님을 계곡에서 발견했어요. 도솔암에 머문 것도 미륵부처님과 인연이었는데 내장사에 와서도 미륵부처님을 선몽했으니 미륵부처님과 인연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이게 다 미래를 위해 불법을 전하라는 소명을 저에게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장사에서 발견한 미륵부처님은 대웅전 옆 움막을 지어 모시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친견하고 참배하지만 언듯 보기에 석불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스님의 눈에는 미륵부처님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고 했다. 연대도 고려시대로 추정했다.

스님은 내장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겸손해했다. 다만 “부임하면서 관광사찰이나 관람료 사찰이라는 이미지는 불식시킬 구상을 하고 부임했다”는 확고한 소신은 또렷이 드러냈다.

“내장사가 많이 변했습니다. 3년 동안 지역민과 함께하는 일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찰과 지역민, 지자체가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것을 토대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지역에서 불교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산문을 나왔다. 아직 곳곳에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산사지만 입춘이 지나고 봄소식도 내장산에서 들려올 것이다. 그 봄소식 따라 불교대학도 개강하고 차와 명상 프로그램도 열리는 소식이 내장사에서 올라오면 정읍지역 불교도 한결 활성화 될 것이 분명해지리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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