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부가 지난 1월17일 법진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1심과 항소심 판결을 수용해 징역 6월형을 확정했지만, 이어 열린 선학원 이사회에서 법진 이사장의 유임을 결정해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경주 흥륜사 한주 법념스님이 현 상황과 관련된 기고문을 본지로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법진 선학원 이사장은 지금 좌불안석이리라. 죄를 지었으니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가 어찌 떳떳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순순히 물러나면 그나마 인간적으로 용서 받을 수 있을 터인데…. 법치국가에서 성추행이란 죄를 지어 징역형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마땅한 게 아닌가싶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법진 이사장은 자리를 고수하려고 금품살포는 물론 위기감까지 조장하고 다녔다고 한다. 승려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만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더 부끄럽다. 성추행범이란 판결을 받고도 이사장직에 집착해 계속 버티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1000만 불교도에게 그 해답을 묻고 싶다.

법진 이사장은 지난 1월17일 대법원에서 징역 6월형이 확정됐다.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이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투표를 해서 다시 이사장직을 맡기로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불법문중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뿐인가. 사표수리를 논하는 자리에서 “명예롭게 퇴진해야 한다”며 눈물로 호소한 이사가 있었는가 하면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비구니 이사들이 몰표를 몰아줘 유임하기로 해줬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선학원의 앞날이 암담했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사라는 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니 무슨 일이 제대로 됐겠는가. 오호 통재라!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땅을 두드리며 하소연하고픈 심경이다. 

현 선학원 이사들은 일말의 양심도 없는 집단인가. 청정승풍을 창립이념으로 하는 선학원에서 성추행범이 이사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그 일에 동조한 이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다. 부끄러운 일인 줄 알긴 알았던지 이사회가 열린 선학원 입구를 철창문으로 걸어 잠그고 용역경비까지 동원해 비밀리에 투표를 진행했다고 한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상식과 양심을 저버린 비겁함이 가려질까? 지금과 같은 비상사태를 맞아 전국선원의 분원 대중들이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판에, 아무 연락도 없이 이사들끼리 그런 큰일을 구렁이 담 넘듯 슬쩍 해치웠다니 누가 들어도 기가 막힐 일이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의 말을 빌리자면 “분원 스님의, 분원 스님에 의한, 분원 스님을 위한” 선학원이 되어야 한다. 분원 스님들이 없는 선학원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금의 선학원 분위기는 이사들이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무법천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학원 분원에 사는 스님의 한사람으로서 현 선학원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같아선 누가 선학원 집행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언제쯤 전국의 분원 스님들이 다리 뻗고 잠을 청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 이사장 및 이사들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선학원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에 앞서 전국 분원장 모임을 열어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선학원을 모색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 이사장 및 이사들은 다 물러나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그야말로 선학원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뒤죽박죽이 될 것 같아 불안감만 쌓인다. 

‘공수래공수거’라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세상이거늘 무엇이 걸려 이사장과 이사라는 자리에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선학원이 태어날 수 있도록 현 집행부는 벼슬이란 짐을 내려놓고 선학원이 새로이 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대처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끝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졌으면 하고 불보살님께 발원한다.

[불교신문3462호/2019년2월6일자] 

법념스님 경주 흥륜사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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