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한 ‘마음챙김’ 훈련이 일반화되고 있다. 사진은 고3 학생들이 자애명상을 하는 모습.불교신문 자료사진

청소년들이 위기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스마트폰 과의존, 성적스트레스까지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얼마 전 옥상에서 친구를 폭행해 죽음으로 몰아갔으면서 버젓이 친구의 패딩을 입고 다녔던 청소년, 여덟 살 어린이를 살해한 여고생 사건이 보도돼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반성이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청소년들을 본 어른들은 개탄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인기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인성은 배제한 채 성적을 최우선으로 삼은 자녀교육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준다. 

부모에게 복수하겠다는 심정으로 의대 진학 후 원망가득한 일기만 남긴 채 집을 떠나는 아들, 성인이 되서도 자신의 행동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대학병원 의사 등이 그 예다. 아들딸은 나보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 명문대 진학이 유일한 계층 사다리라는 믿음으로 성적만 앞세웠다면 돌아보자. 등수만 따지느라 아이들 마음을 챙겨주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남중생들이 명상을 했더니…

부산 건국중학교 교무부장 손은주 씨는 5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명상을 가르쳤다. “남학생 중에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들이 있어요. 수업 중에 벌떡 일어나 화를 내기도 하고 성적이 많이 떨어지기도 해요. 심하면 학교를 떠나기도 하죠. 사춘기라는 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호르몬 변화잖아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명상교육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동아리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출발이었다. 자기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고민을 반영한 주제였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찰에서 걷기명상도 했다. 수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초청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를 배워 스트레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방과후수업으로 ‘힐링여행반’을 개설했다. “중학생들도 힐링이 필요해요. 사춘기 때문에 방황하거나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진 아이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다니며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이 많거든요. 쉬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많이 신청했어요.” 

주2회 45분간 진행되는 수업시간에는 들숨, 날숨, 멈춤 외에도 듣기명상, 먹기명상, 촉감명상, 바디스캔 등 학생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했다. “아이들이 일단 호기심을 갖게 하고 그 다음엔 ‘알아차림’이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데 집중했어요. 화가 날 때 내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 하는 인지죠. 그러면 욱 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거든요.” 

그는 명상교육이 청소년들에게 효과가 있음을 확신했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무조건 화부터 내던 아이들이 감각을 인식하고 화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장난처럼 친구들에게 ‘들숨’ ‘날숨’을 가르쳐주는 것만 봐도 수업하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명상을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웰빙지수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교육학 관련 논문에서 발표된 바 있다. 손 교사는 학교 안 명상교육이 청소년들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사춘기 때 방황은 누구나 겪는데, 심한 경우에는 인생의 길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결국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돼요. 명상이 그 힘이 될 수 있어요.”

미국 영국에선 마음챙김 대세

미국 영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몇 해 전부터 마음챙김이 대세였다. 미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마음챙김 훈련이 진행 중이다. SQP(Still and Quiet Place), L2B(Learning to BREATHE), MindUp 등이 대표적이다. 팀 라이언 미 하원의원은 2015년 ‘학업 민 사회적 감정합습법’을 발의, 단위학교에 마음챙김과 같은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정부가 교사지도 및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2009년 설립된 비영리자선단체 MiSP(Mindfulness in School Project) 활동이 두드러진다. 학교에서 체육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듯 명상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교사 4500여 명이 훈련을 받았고, 학생 40만 명이 마음챙김을 배웠다. MiSP는 7~11세, 11~18세 등 연령에 맞게 마음챙김 커리큘럼을 개발해 마음챙김의 공교육화를 추진 중이다.

MBSR을 위시로 한 마음챙김은 우리나라 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사고 1세대로 꼽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가 개교 초기부터 학생들에게 명상수업을 해 왔고, 지난해 광진구가 관내 중학교 3곳에서 마음챙김 강좌를 시행하기도 했다. 조계종 포교원은 문화관광부 지원을 받아 ‘청소년 마음등불’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3개 프로그램이 포교원 인증을 받았고, 2018년까지 5년 간 3639명이 참여했다. 대부분이 사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 학교교육과 연계하기 어렵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는 ‘명상힐링지도사’ 자격제도를 도입,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교원연수를 진행한다. 160여 명의 교사가 이수해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명상을 가르쳐 준다. 교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명상지도를 하지만 북미유럽과 비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교육 현장에 도입할 때

우리나라도 공교육에 도입할 수 있을 정도의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도토리(道Story)카드를 활용한 행복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학주 의정부 영석고 교법사는 알아차림을 기반으로 한 명상이 청소년 인성교육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정서적 관계, 회복탄력성을 회복하는 기본이 알아차림”이라며 단위학교에서 보편화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달라이라마도 마음챙김 교육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과 파트너쉽을 맺어 만든 유아,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SEE(Social Emotional Ethical) Learning’이다. 우리나라에도 4월 번역돼 소개될 예정이다. 불교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회, 정서, 윤리교육에 중점을 둔 인성교육프로그램이다. 인도나 미국, 독일 소재 일부 학교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고형일 전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논문 ‘미국의 마음챙김 훈련 프로그램과 한국교육에의 함의’에서 ‘마음챙김’이 공교육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MBSR을 창시한 존 카밧진 박사도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미국사회에 마음챙김 열풍을 불러온 것을 이유로 들었다.

유아를 비롯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어릴 때부터 마음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서, 문제를 바로 인식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공교육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교용어를 고수하기보다 심리학, 도덕적인 용어 사용이 선행돼야 한다. 명상의 뿌리인 불교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데다가, 인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美, 학교폭력 왕따…명상으로 근절

학교에서 이뤄지는 마음챙김 훈련효과에 대한 연구는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구글 학술논문 정보 검색 서비스 스칼라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과 학교(school)를 동시에 검색하면 3만1000여 개 논문이 검색된다. 연구대상도 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하며, 마음챙김 훈련이 인지발달이나 사회성, 정서발달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있다. 

영국에서도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를 중심으로 마음챙김 훈련이 대중화됐다. 영국 국립 보건임상 연구원(NICE)은 우울증 방지를 위해 마음챙김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교사들이 중심이 돼 학생들에게 명상을 지도하는 예가 적지 않다. 또 마음챙김이 초중고등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논문이 심리학과나 정신과 등 의학저널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동국대 불교아동보육학과 교수 혜주스님은 2017년 ‘명상의 교육콘텐츠로서의 의미: 교육적 효과에 대한 미국 문헌 분석을 중심으로’에 대한 논문에서 미국 교육계가 교육콘텐츠로서 명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봤다. 논문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각 조사됐는데, 교사들이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 외에 교실 분위기를 평화로워진다. 교사로서 역량도 강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대상은 스트레스, 정서조절, 사회정서발달, 인지수행능력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더 나아가 미 교육계는 학교 내 따돌림, 폭력 문제 해결방법으로 자비명상, 친절명상 등을 적용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마음챙김은 유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조사도 나왔다. ‘친절교육과정’을 개발해 유아들에게 12주간 명상을 가르친 결과 친사회적 행동과 자기조절능력이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혜주스님은 “학교폭력 등 학생 문제의 원인을 본인 마음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보고 마음챙김 훈련을 학교에 도입하고 있다”며 “자신을 바라보고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어떤 행동이 좋은 행동인지 알려줌으로써 친절과 자비, 공감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명상을 불교라고 보는 시각을 넘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음훈련으로 여긴다”며 “인간본성측면으로 접근해 일반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의 방법으로 마음챙김, 알아차림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462호/2019년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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