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머잖아 함박눈이다 알리면서 쬐끔 온다
벌레 알 잠들어라 씨앗도 잠들어라
춥기 전 겨울옷도 김장도 준비해야지
그 소식 미리 알리려 첫눈은 서너 송이

-신현득 시 ‘첫눈’에서


낙엽이 다 지고, 북풍에 실려 겨울이 오고, 눈발은 날린다. 동천(冬天)에는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리듯 첫눈이 희끗희끗 날린다. 그렇지만 첫눈은 많이 내리지는 않고 서너 송이만. 실지로 하는 것처럼 하지만 본격적으로 내리지는 않고 첫눈은 서너 송이만. 함박눈 쏟아지기 전에 미리 서너 송이만. 이 첫눈 소식에 생명 세계는 움직이고 바빠진다. 

벌레가 슬어놓은 알과 곡식의 씨앗은 눈을 꼭 감고 잠들고, 사람들은 두터운 털옷을 장만하고 김장을 담근다. 그러고 나면 살얼음이 얼고, 굵고 탐스러운 눈이 펑펑 내린다. 첫눈이 올 적에는 이처럼 밀리 알려주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다가올 일에 대해 예고하고, 양해를 구하는,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인심(人心)과 더불어 살았으면 한다.

[불교신문3461호/2019년2월2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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