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보병사단 호국의선사 법회에 참가한 장병들의 모습.

새로이 시작되는 한 해, 그 기대와 설렘으로 2019년이 시작됐다. 지난 1월1일에는 무술년과 기해년의 경계선에서 전국 각지의 명소와 명찰, 작은 읍면까지도 새해를 맞이하는 타종식이 진행됐다.

새해 벽두에 시작된 타종식은 동참한 모든 이들의 간절한 소원 담아, 어느 곳에 닿지 않거나, 무엇에도 걸리지 않고, 분별도 차별도 없이, 범종의 그 웅장한 울림을 두루 전했다. 이처럼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 참회와 발원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하는 타종식을 대한민국 육해공군 전 부대, 전 법당에서도 매년 정성스럽게 준비해 여법하게 진행하고 있다.

부대 안전을 위해, 불자를 위해, 지역 사회를 위해, 뭇 중생을 위해 범종을 울리는 날. 강원도 양구 제2보병사단 호국의선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송구영신 법회와 타종식으로 진정한 야단법석이 됐다. 이번에는 특별히, 불자 장병들이 적은 송구(送舊)의 참회와 영신(迎新)의 발원을 담은 고운 연꽃초를 어두운 길마다 밝혀두었다.

소원을 비는 불자가 아닌, 발원을 세우는 불자가 되어야한다는 법사 스님의 말 따라, 가지각색으로 적어 놓은 발원문은 코끝 찡하게 지극하고 순수했다. 귀한 청년 불자 군종병들이 부지런히 준비해놓은 따뜻한 꿀물과, 미리 흔들어 준비한 핫팩은 동참한 이들의 추위와 어색함을 편안하게 풀어주었다.

새해 첫날, “법당에 오신 손님들 배곯길 수 없다”며 팥 앙금을 내려 팥죽을 쑤시는 지장회 불자님들과 관음회 불자님들의 마음으로 더없이 풍성하고 정성스러웠다. 미리미리 시설을 점검해주고, 살뜰히 챙겨준 난로와 온풍기, 듬직한 병력을 지원해준 금강회 불자님들이 마치 호법 신장처럼 든든하게 법당을 외호했다.

이러한 정성스런 마음과 귀한 베풂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아도, 평등한 자비의 울림과 따스한 불자의 온기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로지 아낌없는 정성만으로도 여법하게 타종식을 마친, 의선사 대중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기쁨과 성취감으로 고운 미소와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

사실 군법당은 열약하기 그지없다. 재정은 늘지 않는데, 매주 법회 간식을 기다리는 장병들의 입은 많고, 점점 고급스럽다. 법당은 낡고 방석은 작은데, 자리 차지한 장병들은 하나같이 기골이 장대하다. 법사 스님은 한 명인데, 양손 무겁게 찾아와주길 바라는 안쓰러운 부대와 장병들은 많다.

처음 임관하여, 자대 법당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첫 순회 법회를 마치고 나서의 소감은 ‘도대체 무엇으로 법당을 유지하고, 법회 간식을 마련해야할까?’에 대한 막연함이었다. 그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군 불교를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짧은 소견이지만, 선배 군종법사님들의 군포교에 대한 큰 원력과, 금강회·관음회·지장회와 같은 군불자 신도회의 헌신과 애정, 불교 초발심자인 용화회 군종병들의 열정이 그 원동력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리버리한 군종법사이지만, 군불교의 원동력인 귀한 인연들과 포교 현장에서 만나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 분들과 함께 호흡해 보려한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불법 바르게 전법하겠습니다. 불연이 시작되는 곳, 여기는 군포교 현장입니다.”

[불교신문3461호/2019년2월2일자] 

균재스님 육군 2사단 호국의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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