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다닐 때다. 좌선할 때 왼발을 오른다리에 올려 앉는 것이 편해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다. 발이 저려 다리를 바꿔 앉을 때면 무릎이 바닥에 딱 붙질 않고 왠지 불편했다. 오랜 습관으로 벌써 몸이 한쪽으로 기운 것이다. 

좌선할 때 두 다리를 균형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골반이 비뚤어져 척추까지 휘게 된다. 불편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다리도 같이 써줘야 몸의 균형이 바로 잡히는 것이다. 

요즘 ‘워라밸’이란 말이 유행이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인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워라밸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일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조직보다 개인의 삶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공부하고 새로운 취미를 배우며, 자기 자신에게 작은 선물로 보상하는 것도 워라밸 세대의 특징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주인공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 길을 나선다. 여행 중 만난 멘토는 방황하는 그녀에게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당신이 정해놓은 균형이 깨어진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 균형이 깨어지는 자체가 균형을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때론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기도 한다. 대부분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다시 균형을 잡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네 삶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고 경직되어 있다. 삶의 유연성, 나의 지향하는 삶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도란 이것도 저것이 아닌 중간이 아니라, 양 끝에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중심을 유지하려는 균형 감각이다. 

[불교신문3461호/2019년2월2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