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인기 불교만화 연재 중인 강병호 화백

본지에 인기리에 불교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강병호 화백은 “석가모니의 지혜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 만화 비롯해
‘보물섬’에 인기 만화 연재
불교 연기법 체득하여
만화 그리고 인생도 살아

“아나로그식 감성 담기 위해
글자도 직접 손으로 써요”

지난해부터 본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강병호 화백의 불교만화 ‘비보호 좌회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해동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이 구독해 클릭수가 여타 기사보다 2배가량 높았다.

만화연재를 시작할 때 강 화백은 “‘비보호 좌회전’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기 전 제자들에게 ‘너 자신을 의지하라’라고 말씀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신호등에 따라 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비보호일 때는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 예상치 못한 인생의 상황에서는 여래에게 배운 지혜가 필요하고 그 지혜를 만화로 풀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1년여가 경과된 시점인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을 찾아 그간 작업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 화백의 작업실은 허름해 보이는 4층 맨션의 꼭대기층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만화책들이 빼곡히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업실 입구에는 ‘하수와 고수’라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그가 한겨레신문 초대작가를 거쳐 90년대 초 인기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했던 제목이다. 당시 강 화백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인기만화 작가가 잡지를 발행할 때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팬 사인회를 했는데 독자들이 엄청났어요. 그때는 아동만화나 시사만화에 대한 독자도 많고 인기도 많던 시기였어요.”

강 화백은 만화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영역이고 보면 요즘 시기를 문화침체 시대로 단정했다.“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3위라고 들었어요. 잘 나갈 때는 11위까지였는데 정신문화의 수준은 100위도 안된다고 봐요. 도처에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들은 분명 많은데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문화적인 영역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시대를 낙담했는지 강 화백은 한 때는 본명을 덮고 ‘스튜디오 돌’이라는 필명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본지에 연재하는 불교만화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말에 그의 눈에는 섬광이 번뜩였다. “왜 화백님의 만화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툭 던졌다.

“불교경전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니 자연스럽게 석가모니(부처님)는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을 하게 되고 그렇게 그립니다. 그러면서 거짓이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저는 만화를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리지는 않아요. 다만 작가는 작가의 생각대로 그리고 독자는 독자 나름대로 생각대로 받아들이는 거라고 봐요.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으니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노장사상에서부터 기독교까지 다양한 철학과 종교를 섭렵했다는 강 화백은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학시절에는 철학을 공부했어요. 학창시절에는 소설과 평론으로 상을 받기도 했죠. 어릴 때부터 그리는데 재능이 있었고 대학 시절에는 학보사에 만화만평을 그리는 것을 비롯해 지방지에 시사만화까지 연재했어요. 한겨레신문이 창간됐을 때는 ‘만화초대석’에 만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강 화백은 다재다능한 실력 덕분에 만화를 그리는 영역까지 넓어 극화, 아동물, 학습지, 시사지 등 웬만한 것을 다 소화하고 있다. 만화영역 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에서도 확장성을 갖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여년의 이종격투기 연마다.

“웬만한 선수들과도 스파링을 할 수 있고, 10대의 젊은 친구들과 겨뤄도 뒤지지 않아요. 젊은 친구들은 힘도 좋고 스피드도 훨씬 뛰어나지만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지 않아요. 저는 느리고 힘도 모자라지만 부분을 보지 않고 전체를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니 상대를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지혜는 석가모니(부처님)로부터 배운 겁니다.” (웃음)

강 화백은 부처님을 ‘멋쟁이 형’으로 표현하며 ‘모든 사물은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이 세상에 통용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이 되어 있어요. 하나하나 끊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겁니다. 옳고 그름도, 선하고 악하고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그것을 판단하는 주체가 어리석느냐 지혜로우냐에 따라 좌우되는 거죠. 이런 진리를 ‘멋쟁이 형’인 석가모니가 설파했으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강 화백이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책만 30여 권이다. 공동명의로 낸 책까지 합치면 100여권이 된다. 그는 “불교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만화에는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테두리 선도, 글자 입력작업도 아나로그식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직접 손으로 직접 쓴다”고 했다. 만화작가로 밥벌이로 살아온 세월만 30여년. 강 화백의 그림(만화)세계 속에는 ‘멋쟁이 형’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따스한 자비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병호 화백의 작업실에는 가득한 오래된 책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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