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선의 열쇠

정혜스님 지음·이명한, 안영주 옮김/ 운주사

근현대 중국불교 이끌며
‘생활선’ 주창한 정혜스님

그동안 법문한 내용 모아
책으로 엮은 수행안내서

“어디든 생활선 체득하고
언제나 선생활 유지해야”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정혜스님이 생활선의 가르침을 전하는 수행안내서 <생활선의 열쇠>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서울 길상사 시민선방 ‘길상선원’에서 정진 중인 불자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근대 중국불교의 태두인 허운스님의 법맥을 이으며 “생활 속에서 수행하고, 수행 속에서 생활하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생활선을 주창한 정혜스님(1933~2013). 중국의 개혁개방 후에 <법음(法音>이라는 불교잡지 주간으로 활동한 스님은 백림사, 사조사, 옥천사 등 중국 내 주요 사찰의 방장과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하북성불교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고승이다. 특히 매년 ‘생활선 캠프’ 등을 열어 많은 젊은 인재들을 선의 세계로 인도하고 양성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된 <생활선의 열쇠>는 중국 조주의 백림선사에 주석하면서 후학을 지도한 정혜스님의 법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정혜스님은 먼저 “불법과 생활은 하나도 아니며, 서로 다른 것도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선의 정신이 생활의 모든 곳 모든 순간에 녹아들어, 선이 일종의 생활 방식, 생활 태도, 생활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가정이 곧 도량이고, 생활이 곧 불사가 돼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것이 이뤄졌을 때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현실의 제반 문제들에 대해 각(覺)과 미(迷)의 갈림길에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20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의 전반부는 간략하게 선의 역사와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을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인 11장부터는 생활선의 정신과 의미,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전한다.

정혜스님에 따르면 우리는 본래부터 생활이 즐겁고,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반대로 매우 피곤한 생활이라고 느낀다. 왜 그럴까? 스님은 이에 대해 “우리는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너무 많은 잡다한 일들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선의 정신을 되살려내 생활과 선을 하나로 만들고 일체화시키면, 우리의 생활은 시 같고, 그림 같으며, 한가하고 편안할 것”이라고 해답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스님은 우리가 불교를 배우는 목적에 대해서도 “세간에 살면서 부딪히는 미혹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생활환경을 떠나 각자 현실적인 무명번뇌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불교를 배우고 수행을 한다는 것은 모두 실제적 상황을 벗어난 것인 만큼 목적 없이 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활 속에서 선의 초월을 실현하고, 선의 경지, 선의 정신, 선의 풍모를 구현하는 생활선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스님이 거듭 강조한 생활선은 선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화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그 종지는 깨달음의 인생, 봉사하는 인생이고, 그 요령은 생활 속에서 수행하고 수행 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한 생각을 장악하는 것이다. 깨달음, 수행, 자원봉사, 수용, 증오도 바로 ‘지금 이곳’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불교를 배우고, 수행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법으로 삶을 정화하고, 사회를 정화하는 정신을 온전히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의 정신을 구체화하고, 자신의 생각과 언행이 자신의 신앙원칙과 일체가 되도록 하면서 불법을 실현하는 인격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스님이 대중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모습이 바로 깨달음의 인생(대지혜)이고 봉사하는 인생(대자비)이다. 스님은 “선이 중국과 여러 나라에서 특별하게 발전된 것도 인연이고, 생활선이 시대적 요청에 의해 한 발 한 발 발전하게 된 것도 인연”이라며 “이러한 인연들이 결합해 비로소 <생활선의 열쇠>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결국 모든 일이 인연에 따라야 한다”면서 “어떤 상황이든지 잘 파악하고, 인연에 따라 머물고, 상황에 따라 평안하게 생활하는 것”이라며 “어디서나 생활선을 체득하고, 어느 때나 선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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