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미술대전 ‘서울국제미술상’ 받은 김혜정씨

‘제36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에서 '금강경 10폭 병풍' 사경작품으로 서울국제미술상을 수상한 김혜정씨.

무진장스님 강의 듣고 불교관심
공황장애 극복 위해 불교공부
불교방송 작가로 3년간 활동

“사경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자 든든한 도반”

최근 한국신미술협회가 주관하고 한국예총과 서울시의회가 후원한 ‘제36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전국 미술공모전)에서 서울국제미술상에 사경가인 김혜정 씨가 ‘금강경 10폭 병풍’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불교방송 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사경전문가가 아니라 수행의 방편으로 사경을 해 왔는데 상을 받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남 사천 다솔사 아래 추전미술관에서 사경을 하며 정진 중인 김 씨가 때마침 상경해 지난 16일 조계사에서 만나 사경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는 20대였던 1980년대에 인사동에서 전통 차와 관련된 일을 했어요. 차 도구를 취급하는 찻집이었는데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스님들이 서울 오시면 방명록을 쓰며 서로 안부를 전하는 지대방 역할도 했지만 불교는 잘 몰랐어요. 우연히 조계사 불교회관을 지나다가 무진장스님의 불교강의를 엿듣게 됐는데 ‘기독교는 신과 인간이 수직관계이고, 불교는 수평적 관계라는 말을 들으며 불교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원래는 한문을 공부하며 서예를 익혀 서예교실을 열기도 했었는데 그후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김 씨가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시작한 때는 2000년 즈음으로 계기는 자신에게 찾아온 병마 때문이었다. “40대가 되어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어요. 한달에 들어가는 약값만 10여 만원이 넘더라구요.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는데 들여 극복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조계사 불교대학에 등록을 해서 체계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당시는 전국의 사찰이 홈페이지 구축이 한창일 때였는데 김 씨는 도반들과 조계사 홈페이지 지대방에 자신들이 공부한 내용을 착실하게 올린 게 화제가 됐다. 이 인연으로 불교방송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게 됐다.

“5월 1일이 첫 방송인데 하루 전에 작가로 일해 달라고 부탁이 왔어요. 조계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고 말이죠. 조계사 불자들의 이야기를 전국 불자들과 나눴으면 한다는 취지라며 일주일만 해 달라고 했는데 3년 동안 하루 평균 5꼭지씩 글을 써서 5000여편의 글을 썼어요.”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하던 일도 접은 김 씨는 방송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불교방송을 많이 듣더라구요. 전국 처처의 불자님들, 택시기사님, 장사하시는 분, 야간작업을 하시는 분 등 곳곳에서 방송을 들으며 회신을 하는 것을 보고 수입은 적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보람 있는 일이여서 3년 동안 했어요. 자연스럽게 공황장애도 극복할 수 있었죠. 불교를 접하면서 팔만대장경을 다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찌보면 불교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그 원을 이룬 것 같고 병마도 극복하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 됐다는 걸 나중에 깨닫고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불교를 알게 된 김 씨는 그때부터 수행방편으로 사경을 하기 시작했다. 젊은 때 경전을 쓰기도 했지만 불교를 알고, 경전의 의미를 알고 쓰는 사경은 의미가 달랐다. 그렇게 사경을 하면서 동출스님이 운영하는 설법연구원의 설법자료집인 <월간 설법>에 글을 썼고, 대한불교진흥원이 발간하는 <불교문화>와 주간불교 신문 칼럼코너인 ‘세간 출세간’에도 글을 썼다. 그렇게 틈틈이 사경을 한 결과물 가운데 한 작품이 이번 ‘제36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에서의 서울국제미술상 수상이다.

일찍이 한문을 공부한 경력으로 국제서화작가초대전 특별상을 받기도 한 김 씨는 한시작가로 페이스북에 창작 한시를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사)지혜로운여성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5년 전 수행처를 서울에서 경남 사천으로 옮겼다. 한학자이자 서화가인 남편(추전 김화수화백)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다. “다솔사 아래 미술관을 마련해 불교공부를 하며 사경을 수행방편으로 삼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금경강> 전문을 20여회 사경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화엄경> 약찬게 전문(800여자) 53장을 사경했어요.  인사동에서 찻집을 할때 스님들이 저를 '다솔'이라 불러 주셨는데 다솔사 아래서 살게 됐어요. 이곳에 와서 남편의 건강도 좋아져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경은 그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는 힘의 원천이자 든든한 도반이다. “제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사경이 큰 힘이 됐어요. 특히 금강경 14분인 ‘이상적멸분’ 구절을 좋아하는데 가리왕이 한 팔을 잘라도 상을 내지 않는 내용이 있어요. 이 구절을 접하면 삶 속에서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쳐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인욕바라밀을 배웁니다.”

불교공부와 사경수행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김 씨는 “한 순간 한 찰나의 서원이라도 진실하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확신을 가진다”며 “많은 분들도 저처럼 불법인연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36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에서 서울국제미술상을 수상한 김혜정씨의 작품인 ‘금강경 10폭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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