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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실에서 법을 청하다] 범어사 무비스님“내 사업은 부처님 말씀 널리 전하는 법공양 운동”
  • 범어사=김선두 기자
  • 승인 2019.01.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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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님은 ‘온고지신(溫故知新)’, ‘고전에 답이 있다’는 표현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이 시대의 언어로 널리 전하는 게 불제자들의 책무라고 강조한다. 신재호 기자

 

2018년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전81권) 간행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대강백 무비스님은 요즘 두 가지 운동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하반신 부분 마비로 지팡이 없이는 거동조차 어려운 스님이 운동이라니….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그 운동은 불자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불사이기도 하다. ‘작은 설’ 동지를 맞아 팥죽 나눔이 한창이던 지난 12월22일 스님의 주석처 금정총림 범어사를 찾았다.

 

“불교 최고 고전, 부처님 말씀

널리 전하는 법공양운동 매진

88올림픽 ‘일지경’으로 시작

81권 화엄경 3천질로 이어져

 

근본불교가 ‘유선전화’라면

대승불교는 ‘스마트폰’ 같아

2만여명 인터넷카페 ‘염화실’

유튜브 통해 전법 공간 확장

 

첫 번째 운동 얘기는 팥죽공양 중에 나왔다. 스님이 원력을 세우고 조계종부산연합회가 진행하고 있는 ‘연탄불공회’ 운동으로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30대 시절 범어사 인근 국청사에서 연탄가스를 마셔 고생했던 기억도 작용했다. “연탄 때는 어려운 사람들만이라도 우리 불교계에서 책임지자. 몇 푼 들지도 않으면서 너무 좋은 일이라 주변에서 동참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조계종부산연합회와 손잡고 저소득층에 연탄을 보급해주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보일러를 놓아주는 일로 확대됐다고 한다. “최소한 부산 지역만이라도 연탄이 필요한 곳엔 연탄을 대주고, 기름보일러로 교체를 원하는 곳은 교체해주는 것이 연탄불공회가 하는 일”이라고 스님은 흡족해했다. 동지와 팥죽, 팥죽과 함께 먹는 동치미, 동치미를 보면 떠오르는 연탄가스 마셨던 일. 인연 따라 일어나는 이야기꽃은 '화엄경'으로 이어졌다.

2018년은 무비스님에게는 결코 잊힐 수 없는 해였다. ‘화엄경 강설’ 완간 고불식을 앞두고 급환으로 병원신세를 졌는가 하면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고불식은 오히려 종단차원의 행사로 격상되기도 했다. “화엄경 강설을 1000곳에 배송해달라고 총무원에 의뢰해 외국의 포교당까지 들어가게 한 것이 제일 보람 있는 일”이 됐다. 1000곳 배송분량이 ‘81권 1000질’이기 때문에 거액이 들어가는 엄청난 보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스님의 법공양 목표가 3000질이고 그 가운데 12월 현재 “이미 2400~2500질은 나간 것”이다.

스님이 항상 농담같이 얘기하는 ‘사업’도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법공양’ 운동이다. 81권 화엄경 강설 3000질 법공양까지 발전한 이 운동은 다름 아닌 ‘일지경(一紙經)’ 보시로 시작됐다. 팔만대장경에도 없는 경전으로 스님이 지은 이름이다. 1988년 전국을 순회하던 스님이 돌아온 범어사는 너무 조용했다. 세간은 서울올림픽 준비로 떠들썩한데 상대적으로 너무나 조용해 범어사에서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곧바로 A4용지 한 장에 부처님말씀을 올려 5000장을 복사해 학인들과 함께 일주문 앞에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왕삼매론으로 시작해 사경집도 만들고 마음에 드는 책을 만들고 하다 보니 지금의 화엄경 강설 법공양까지 발전하게 됐다.” 억대가 훌쩍 넘는 그 경비의 바탕은 신심(信心). 스님은 “물질적 문제도 불교에서 말하는 이치대로 따른다”고 했다. “‘보현행원품’에서도 밝혔듯이 여러 가지 공양 중에 제일이 법공양이라는 것을 불자들은 다 안다. 그런데 우리는 부처님처럼 감동을 주는 설법을 할 수 없으니 감동받은 부처님말씀을 한 페이지라도 찍어서 나눠주는 게 1차적 법공양”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머니가 바닥나거나 내 마음이 바닥나든가 둘 중 하나만 바닥나도 못하는 일”이지만 스님은 지금까지 주변에 손 한 번 내민 적 없다고 한다. 이 운동을 30여년 지속하다보니 그 뜻을 알고 동참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매월 5000원에서 100만원에 이르기까지. 스님은 “법사비나 여비, 약값 등 많지 않은 금액이라도 생기는대로 법공양주머니가 바닥나지 않게 채우려고 노력할 뿐인데 지금은 문수선원에 법공양실이 따로 만들어져 책이 항상 준비돼 있을 정도”라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는다.

“문수선원, 거기에는 늘 스님들 150여명, 재가 신자들도 300여명이 공부하러 옵니다. 특히 스님들은 절을 운영하는 분들이다 보니 강의 듣고 돌아갈 때마다 책을 직접 실어가기도 하고, 택배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100, 200권씩 가져가고 통도사 화엄산림법회 3000권, 조계종부산연합회 1200권 그런 식으로 가져가니 실제로는 그분들이 법공양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법공양 운동의 가장 큰 기반은 스님의 말씀대로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현전(現前)대중들이다. “부처님의 원력이 당신의 깨달음을 널리 전하는 것이잖아요. 80평생을 전법하다 가셨는데 그러한 뜻을 이 시대에 펼 수 있는 게 바로 법회 하는 것이니 그들이 큰 복밭”이다. 여기에 인터넷 ‘염화실’ 카페는 2만1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움직이는 포교당’이다. 수십 종의 경전강의, 스님의 모든 법문이 저장돼 있는 ‘디지털대장경’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유튜브 강의까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스님도 아무 제약 없이 강의를 이어갈 수 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는가는 각자 인연에 따른 것이지만 스님은 늘 “고전(古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님은 소승(근본)불교와 대승불교를 유선전화와 스마트폰에 비유한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깨달아서 그 깨달음, 그 가르침을 전파하려는 보살심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속되고 있죠. 근본불교는 고집멸도니 팔정도니 하는 자기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대승불교는 어머니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부엌에 가서 찬물 한 그릇 먹고는 ‘나는 배부르니 괜찮다’고 하면서 자식들에겐 밥을 주는 것과 같은 ‘어머니불교, 보살불교’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부모들은 그런 대승불교적인 소양, 정신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이웃으로 전해지지 않는 것이 문제잖아요. 대승불교에서 권장하는 것은 자기 자식을 돌보는 그런 마음이 이웃으로 더 널리 전파되길 바라는 것이고, 그게 바로 진정한 보살불교, 대승불교거든요.”

“우리가 입으로는 대승불교, 대승불교 하고 수없이 말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아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오온으로 만들어진 내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게 얼마나 오랜 세월입니까. 하루아침에 당장 관세음보살이 되긴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엄경이나 대승보살 정신을 강조하는 가르침을 자꾸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조금이라도 전하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대승경전을 열심히 읽고 그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저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연탄불공회 운동, 그리고 부처님말씀을 널리 전하는 법공양 운동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공자님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죠. 우리 불교에 도입해 생각하면 가장 오래된 고전은 바로 부처님의 깨달음, 경전, 조사 스님들의 어록이 기본 정신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뿌리 없이 현대사조만 무조건 좇아가 거기에 맞춰 춤을 추다보면 오래가지 못할 게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전통 있는 집안에 오래 묵은 된장 간장이 있듯이,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은 그대로 살리면서 시대에 맞는 언어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임시거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주석처인 화엄전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입구에 소나무가 한여름의 수목처럼 잎이 무성했다.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인지 모르지만 소나무가 좋아 보일 땐 스님의 건강도 좋다는 말에 큰 위안이 된다.

 

 

■ 무비스님은 …

 

지난 2018년 5월 대종사 법계를 받은 무비스님은 1943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1958년 출가하여 덕흥사 불국사 범어사를 거쳐 1964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동국역경연수원에서 수학했다. 10년 선원생활을 하고 1976년 탄허스님에게 <화엄경>을 수학하고 전법, 이후 통도사ㆍ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장,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금정총림 범어사 화엄전에 주석하며 부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스님과 재가 신도들을 대상으로 화엄경을 강의하고, 다음 카페 ‘염화실’(http://cafe.daum.net/yumhwasil)을 통해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섬김으로써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게 한다’는 인불사상(人佛思想)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전81권)>을 비롯해 <법화경 법문> <신금강경 강의> <직지강설(전2권)> <사람이 부처님이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일곱 번의 작별인사> <무비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시리즈(전4권)> 등이 있다. 편찬하고 번역한 책으로는 한글 <화엄경(전10권)>, 한문 <화엄경(전4권)>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등이 있다.

[불교신문3459호/2019년1월26일자]

범어사=김선두 기자  sdkim25@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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