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학춤보존회 지도자 강습 현장

지난 8일 통도사 서운암에 자리한 통도사학춤보존회 전수관에서 지도자들이 임시모임을 갖고 그 동안의 강습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학은 부처님 화현의 전법 방편
불교 유입부터 학춤 등장 추측
기록으로는 조선말 고종때부터
통도사에서 범패의식으로 시연

일제강점기때 일시 단절된 후
백성스님에 의해 맥 이어지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산 통도사에는 문화재가 많다. 해인사(법보사찰), 송광사(승보사찰)과 더불어 불보사찰인 통도사는 한국의 삼보사찰 중 한 곳으로 문화재도 즐비하다. 이러한 통도사에 무형문화재인 통도사학춤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2015년부터 통도사 서운암에 ‘통도사학춤보존회’ 간판을 내걸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재인 통도사학춤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 8일 통도사 서운암. 도자대장경이 봉안돼 있는 전각 옆 ‘통도사학춤보존회’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 안에서 장고장단이 울려 퍼졌다. 이곳은 통도사학춤보존회(회장 백성스님)가 3년 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통도사학춤 전수관이다. 이날은 겨울방학을 맞아 통도사학춤 지도자들이 임시모임을 갖고 춤사위 연습을 하며 그 동안의 강습현황을 점검하고 3월 개강에는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 나갈 지를 토론하고 있었다.

“그동안 10여 명의 강습생들이 방장스님의 지원 아래 열심히 강습을 해 왔으니 앞으로도 소중한 불교무형 문화유산인 통도사학춤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지도해 나갑시다.”

통도사학춤보존회장 백성스님의 말에 2명의 지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산학춤보존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미 씨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윤경 씨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듯했다. 사찰학춤을 배우는 스님들이 없는 상황에서 사찰학춤을 전승해 주어야 할 가교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도사학춤은 불교가 들어온 후부터 절집에서 전해 내려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찰에서 학의 모습은 통도사 응진전 벽화를 비롯해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뒷벽, 울산 문수사 대웅전, 동해 삼화사 대웅전 등 많은 사찰에서 보인다. 기록으로는 조선 철종 이후부터 보인다.

1976년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전문위원으로 위임받아 사찰학춤을 조사한 서국영(당시 부산대교수), 김천흥(당시 춘앵전 보유자)씨에 따르면 조선 고종 때 어산종장이었던 이월호스님이 시연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통도사 안양암의 염불원에서 김설암스님도 어산범패를 시연할 때 통도사학춤을 추었으며 그 대를 이어 신경수, 양대응 스님이 계승했다고 한다.

이런 통도사학춤은 일제강점기에는 단절됐다. 일제가 사찰령을 내리며 사찰에서도 대중들이 모이는 것은 금지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모이면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고, 통도사 전통의 사찰학춤이 시연되는 것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스님들이 추었던 통도사학춤의 맥은 일시적으로 끊어졌다.

하지만 통도사학춤은 백성스님의 증조부인 김두식 옹이 통도사 처사로 있으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춤사위를 마을로 내려와 재현했고, 조부인 김현민 옹과 부친인 김덕명 옹에게 전했다. 이어 1981년 통도사로 출가한 백성스님에 의해 통도사학춤의 명맥이 극적으로 이어졌다.

통도사학춤의 근거는 <아미타경>에서 찾는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의 근기에 맞춰 교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처님이 몸을 바꿔 학으로 나타난다. 백성스님은 “<아미타경>에는 ‘불국토에는, 오근과 오력과 칠보리분과 팔정도를 밤낮으로 가리지 않고 항상 화평하고 맑은 소리로 노래하는 백학, 공작, 앵무새, 사리새, 가릉빈가, 공명조 등 아름답고 기묘한 여러 빛깔을 가진 새들이 있느니라. 이와 같은 새들은 아미타불께서 모두 법문을 펴기 위해 화현(化現)으로 만든 것이니라’는 내용이 있다.”고 제시했다.

통도사학춤은 불교 장례에서 죽은 망자가 좋은 곳으로 타고 가기 위한 학가마를 이운할 때 의식무로도 시연된다. 일반적으로 죽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데 사용된 운반 도구로 반야용선이 사용됐다. 반야용선은 물을 건너는데 사용된다. 좋은 곳이 하늘이라고 생각하면 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학가마다. 학가마는 조류인 학이 갖는 생물학적 특징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날개가 커서 높이 날고, 멀리 날고, 오래 날아간다. 이러한 생각에서 통도사학춤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본다.

통도사학춤은 스님들이 승복을 입고 원정관(둥근 모양의 모자로 보살이 보관을 쓰는 것처럼 중생들을 제도해 주는 스님들에게 신도들이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올린 공양물)을 쓰고 24가지의 춤사위를 약 15분여동안 시연한다.

통도사학춤은 보존회장을 맡고 있는 백성스님에게 모든 게 전해져 있다. “통도사로 출가해 학춤을 보존하려 하니 ‘스님이 참선을 해야지 춤이 웬말이냐’는 핀잔이 돌아왔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통도사학춤은 통도사에서도 뒷전에 밀려 났어요. 그러다가 2013년 통도사 평생교육원에서 학춤을 선보이기 시작해 2015년에 성파스님(현 통도사방장)의 지원으로 서운암에 ‘통도사학춤보존회’ 간판을 걸고 매주 목요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강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찰학춤 강습을 돕고 있는 김영미 울산학춤보존회장은 “스승인 백성스님은 춤 사위 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공부를 중시 여겨 제자들에게는 대학원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며 “통도사학춤 불교계에서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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