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새해를 맞이하는 이 아침에 향(香) 하나 사르고 소박한 기도 올립니다. 부디, “이것도 기도냐?” 하지 마시고 어여삐 봐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다름’을 인정하고 ‘틀림’을 고쳐 나갈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초하루법회 때 노보살님들 소원 담아 꽂아놓은 향으로 향로가 가득하여, 부처님께서 “아이고, 매워라” 하셔도 눈살 찌푸리지 않게 하소서. 그 향연들이 서리서리 맺혀있는 법당에서, 그 분들의 고뇌를 진실로 부처님께 기도드릴 수 있는 신심을 갖게 하소서.

몸이 아파 거동조차 못하고 누워 있는데, 상담하러 오신 분이 아들 사주 봐달라며 떼를 쓰실 때 “난 그런 거 못 봐요, 다른 절에 가보세요” 하여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그 분께 사주팔자보다 더 좋은 부처님 말씀 한 구절 가슴에 새겨 갈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공양 후 산책길에서 만나는 새들과 나무, 지나가는 지렁이에게까지 안부를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소서. 길을 가로질러 열심히 기어가는 지렁이가 차에 치어 돌아가시지 않게, 길옆 숲으로 옮겨주는 자비심을 갖게 하소서. 몇 번 하다가 “내가 어떻게 이 많은 지렁이를 다 옮겨줘, 지 팔자지 뭐”하고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스님이라고 무게 잡고 살지 않고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인간적인 수행자가 되게 하소서. “난 허리가 아프니까, 그리고 무릎도 수술했으니까, 오늘은 몸이 좀 안 좋네. 새벽예불 빠져도 부처님은 이해하실 거야”라며 자신을 합리화하여 나태해지지 않게 하소서. 출가 첫 날, 그 간절함이 늘 살아 숨 쉬어, 수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끝으로 공찰 주지 소임 다하고 떠날 때, 가벼운 걸망 하나 지고 훌훌 떠날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언젠가 이 사바세계를 떠나며 옷을 바꿔 입는 날, 난 참으로 행복한 수행자의 삶을 살았노라고 미소 지으며 갈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부처님, 기도를 하다 보니 “하소서” “주소서”만 해서 죄송합니다. 좀 더 정신 차리고 살겠습니다. 

[불교신문3457호/2019년1월19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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