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月所不及    해와 달이 미치지 못하던 곳도
莫不蒙大明    큰 밝음 두루 입지 않은 데 없었고
處胎淨無穢     태 안은 깨끗해 더러움 없었나니
諸佛法皆然     모든 부처님의 법은 다 이런 것이니라. 

- <불설장아함경> 중에서

“인연이란 알 수 없어요. 제가 절에서 살고 스님을 알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거든요, 이것도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걸까요?”
3개월 전에 우연히 큰절에 살러 온 보살님의 고백이다. 너와 내가 존재한다는 건 부모님이 계셨다는 것이고, 만약 그 숱한 조상들의 계보 가운데 한 분이라도 일찍 요절하여 짝을 만나 자식을 보지 못했다면 내 조모와 부모가 있었겠으며, ‘나(我)’란 존재가 태어났겠는가 싶다.
나란 존재는 그 숱한 위태롭고 실낱같은 인연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만든 한 송이 꽃이 아니던가. 아마 절살이의 그 전생 인연이란 것도 그의 전생이 아니라 숱한 조상의 전생담일 수도 있겠다. 내게는 숱한 조상의 삶의 기억과 삶의 방식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곳까지 나를 이끈 것일 게다. 한 명의 보살과 한 분의 부처님 역시 그 혈관 속에 많은 조상들의 공덕이 혈류로 흘러 다녀 완성한 희대의 꽃은 아닐까?

[불교신문3456호/2019년1월16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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