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 해인사수련동문회 3000배 정진법회

해인사수련동문회는 지난 12일 해인사 보경당에서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를 주제로 3000배 정진법회를 봉행했다.

절 수행은 스스로를 낮추어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몸으로 나타내고, 참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불자들은 108배나 1080배, 3000배 정진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절을 올리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아만(我慢)을 버리게 된다. 특히 3000배 철야 용맹정진의 경우, 신행활동과 일상생활에 있어 큰 변화를 느끼게 되고 쉽게 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취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수행법이다. 많은 사찰과 신행단체들도 정기적으로 3000배 정진을 통해 불심을 키우고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성도절 전야인 지난 12일 해인총림 해인사 보경당에서 3000배 정진법회가 봉행됐다.

이날 3000배 정진법회는 해인사수련동문회가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를 주제로 주최했다. 새해 첫 시작 불자들이 함께 3000배 정진을 통해 불심을 다잡고 나와 이웃과 세상을 위한 발원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해인사수련동문회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법회를 통해 회원들의 수행을 독려하고 있다. 새해 첫 법회는 항상 철야정진으로 시작한다.

최근 몇 해 동안은 참선과 <금강경> 독송으로 철야정진을 실시해왔지만 황금돼지해를 맞아 다시금 3000배 철야정진을 준비하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동참하고 있는 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문회에서 관리하는 회원들은 300여 명,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매월 법회가 있을 때면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전국 지부에서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3000배 철야정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진법회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이들로 보경당이 가득 찼다. 3000배 정진에 앞서 대적광전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며 마음을 다잡는 불자들부터 미리 절을 올리며 몸을 푸는 불자들, 가부좌를 튼 채 고요히 정진을 준비하는 불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족이 함께 참가한 이들, 친구의 소개로 함께 동참한 불자들, 건강을 위해 또는 홀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참가한 불자들까지 참가자들의 면모는 각양각색이었지만 3000배 정진에 끝까지 동참하겠다는 의지만은 다르지 않았다.

김종국(법명 보천) 씨는 “절을 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1만배를 목표로 절 수행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 1번 3000배를 했고, 오늘 3000배에 도전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틈나는대로 해서 1만배를 할 계획”이라며 “불교는 과학적인 종교다. 새해 특별한 발원이 있기보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순기(법명 선강) 씨는 “매년 새해가 되면 꼭 법회에 참가하고 있다. 불자로서 부처님께 새해 인사를 올리는 시간이자 자신을 낮추는 의미를 담아 절을 올리며 새해 불자로서의 좋은 마음을 다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00배 정진에 앞선 입재식에서 해인사승가대학장 무애스님이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경당을 찾았다. 무애스님은 “3000배가 쉽지 않은데 큰 마음을 내 3000배를 한다고 하니 감격스럽다”며 “한 해를 시작하는 3000배가 틀림없이 큰 힘이 될 것을 연말에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좋은 인연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탁, 탁, 탁.” 3000배 정진의 시작을 알리는 죽비 소리와 함께 보경당이 고요해졌다. 1시간에 375배, 8시간 동안 3000배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경내에는 죽비 소리만이 가득했다. 절하면서 내쉬는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였다. 죽비에 맞춰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낮췄다. 1배, 1배 절이 횟수를 더해가자 참가자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이마가 닿을 때마다 좌복과 수건도 흥건해졌다. 흐르는 땀과 함께 수행의 열기 또한 더욱 뜨거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모습으로 하던 절을 올리던 모습이 흐트러지고 절하는 속도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잠시 절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염주를 돌리며 호흡을 고르는 불자들과 경전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불자들도 눈에 띄었다. 호흡과 절하는 리듬이 맞지 않았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속도를 맞추면서 함께 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혼자서는 쉽게 엄두가 나질 않는 3000배 정진, 도반들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면서 정진을 이어갔다.

황경희 씨는 “새해 첫 날 구미 금오산에 다녀왔는데 지인 분이 3000배를 추천해 주셨다. 건강이 안 좋아서 3000배를 하며 건강을 찾으라는 말이었다”며 “3000배는 처음인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순덕(법명 수정각) 씨는 “새해를 맞아 흐트러진 마음과 불심을 다잡아 보기 위해 참가했다. 2018년보다 조금 더 나아진 2019년이 되길 바라며 절을 올리고 있다”며 “오늘 3000배 정진에 동참한 불자들이 모두 건강하고 욕심없이 행복해지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정진은 이어졌다.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성도절 새벽이 다가왔다. 겨울밤이라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도 더욱 거세졌지만 참가자들은 온 몸에 흐르는 땀으로 겨울밤 추위조차 잊은 모습이었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표정은 한층 환해졌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3000배 정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한 표정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부처님께 올리는 새해 인사였고, 누군가에게는 건강을 위한 기도였다. 도반이 있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도이자 나와 도반, 세상의 행복과 평화를 바라는 기도이기도 했다. 새해 3000배를 통해 스스로를 깨우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평화로운 사회를 기원하며 철야정진을 마무리했다.

김현조(법명 해인심) 해인사수련동문회장은 “불자들이 새해를 맞아 신심을 키우는 자리이자 나를 위한 기도, 세상을 위한 기도를 위해 3000배 정진법회를 준비했다. 내가 먼저 평화로워지면 이웃과 사회도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3000배 정진으로 불자들이 자긍심이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많은 사찰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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