麁言利刀劍 거친 말이 예리한 칼이요

貪欲磣毒藥 탐욕이 무서운 독약이며

瞋恚熾盛火 성냄이 치솟는 불이요 

無明極重暗 무명은 칠흙 같은 어둠이니라.

- <천청문경> 중에서

어떤 이가 사소한 이유로 누구랑은 안 맞는다며 물어왔었다. 나는 “글쎄요”하고 대답하였다. 사람이 서로 맞고 안 맞고는 크기와 부피의 어울림이나 생각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작으면 늘리고 크면 줄이고 넓으면 좁히고 좁으면 넓혀야 하는 것이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라면 영영 맞을 리 없음이 사람과 사람이리라. 다만,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비거나 채울 곳이 있기 마련이니 그것을 서로 발견하는 일이 어울림일 것이다. 혹시 그대 옆구리에 빈 구멍이나 채울 공간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작은 조각 같은 내가 필요할 테다. 혹시 그대가 어디엔가 쐐기처럼 박힐 틈 있는 이를 보거든 끼워보시라. 아마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에게 꼭 들어맞을 수도 있으리라. 내가 그와 비슷하거나 같을 필요는 없다. 그 누군가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으면 그들은 아주 잘 맞는 것이리라. 보살은 그런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불교신문3452호/2018년12월26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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