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익내지 못하면 결국 망해
부처님은 성과 평가 중시하셨던 분
작금 종단 보면 어떤 평가 내리실까

신도 수, 신행의 질 사회적 신뢰 등
기준 마련해 스님들 엄중한 평가필요

기업은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 아주 쉽다.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실이 누적되면 결국 망한다. 이익이 최고다. 그래서 손익계산서의 맨 마지막 줄에 표시되는 이익을 ‘마지막 줄’(bottom line)이라고 부르며 중요시한다. 오직 마지막 줄만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경우 때로는 이익은 커녕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미래의 이익이 크다고 예상되면 주가가 오른다. 결국 주가나 이익 같이 수치로 표현되는 객관적 지표가 있으니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이에 반하여 이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익이나 주가와 같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객관적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이나 비영리기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기관의 장에게 ‘당신은 재임기간에 잘했습니까?’라고 물으면 모두가 잘했다고 답할 것이다. ‘공공기관은 성과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까? 결코 없다.

대한민국에는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등 여러 불교종단이 있다. 어떤 종단이 잘하고 못하는가를 과연 평가할 수 있을까? 성스러운 승가를 성과평가로 모독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나올 만 하지만 불교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철저하게 성과평가를 중시하신 분이셨다. 계급을 부인하고 능력을 강조하셨던 부처님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이 만약 오늘 다시 오신다면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등을 보며 뭐라고 말씀하실까?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실까? 잘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실까? ‘승가의 평가는 적절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니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실까?

불교 신도가 10년 만에 300만명이 감소했다. 이런 속도라면 20년 뒤에는 불교 신도가 100만명 이하로 줄어들 위험이 다분하다. 가속도가 붙는다면 20년까지 갈 것도 없다. 불교가 온 세상에서 가장 신도가 많은 종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는 훌륭한 지혜가 담긴 불교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얼마나 아쉬운가? 부처님은 전법을 위해 여러 명이 함께 가지 말고 각각 가라고 지시하실 정도로 포교를 중시하셨다. 보시 중에 최고의 보시도 법보시다.

부처님이 오늘날 다시 오신다면 불교의 현실에 대해 매우 엄한 질책을 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신도의 숫자보다 신도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도의 신행생활이 부처님 당시 신도의 신행생활과 비교하여 어떠한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비록 숫자는 작더라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불교는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불교에 대한 사회의 신뢰는 가톨릭에 대한 사회의 신뢰보다 더 낮다. 역시 부처님이 보시기에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한국불교의 맏형격인 조계종부터 부처님의 뜻을 살펴서 어떻게 종단을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도 숫자를 기준으로 승가를 평가해야 하는지, 신도의 신행생활의 질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불교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혹은 그 어떤 다른 기준이 있는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기된 모든 기준으로 각각 평가해보는 것도 좋다. 

부처님이 다시 미륵불로 이 땅에 오신다면 우리를 어떻게 질책하실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하여 우리 스스로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할 때이다.

[불교신문3455호/2018년1월12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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