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드니 파클리아 교도소 모습.

사바세계는 각자가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만든 감옥이다. 그 사바세계 안에 살면서 다시 욕심을 내고 성질을 조절을 못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몸과 생각과 입을 움직이는 찰나에 고독의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쇠창살이 있는 건물에서 지내야 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각 나라에 각 지역에 교도소가 있듯이 시드니에도 구치소 1개와 교도소가 4개가 있다. 교화원으로 활동하셨던 혜진스님의 소개로 7년 전쯤부터 구치소를 다니기 시작했다. 시작하기에 앞서 신원확인과 안전교육을 이틀이나 받고서 시작하는데 안전교육의 내용이 일반적인 안전이 아닌 관계로 교육자체가 그렇게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매번 들어 갈 때마다 소지품 검사를 해야 하고 전화기나 그런 물건은 전혀 들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수감자들과 이야기 할 때도 표정이나 행동들을 관리해야한다.

처음엔 수감된 사람들이 범죄자라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1년이 넘도록 수감자들과 만날 때마다 그렇게 편안한 감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경직된 얼굴로 그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몇 번은 혜진스님을 따라서 들어가서 활동을 함께했기 때문에 수감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과 어떻게 어디서 대화를 해야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시드니는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라서 감옥의 수감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백인들이고 다수의 중국인과 베트남 사람들이 있고 소수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한국인은 시드니 지역에 매년 평균 10명을 넘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은 명상을 배우거나 불교서적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동양사람들은 행운과 평안을 위한 기도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서적과 부처님목걸이 그리고 단주를 매번 들고 들어간다. 재판을 받기 전에 머무는 구치소 사람들은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한다. 부처님께서 밝혀 놓은 인과법에 의해서 지은 만큼 받는다는 사상이 머리에 꽉 차 있을 때 그런 요청을 하면 얼굴은 표정을 관리는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자업자득’이라는 네 글자만이 가득 찬 채로 기도를 해줬다.

그리고 재판 전에 추천서를 써주라는 수감자들이 종종 있다. 추천서는 판사에게 보이는 것인데 쓰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면 안 되고 사실만을 써야한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의 요청엔 조금 난감하기는 하지만 써준다. 기도도 그렇고 추천서도 그렇고 자꾸 그들을 만나다 보니 모두가 그냥 사람으로만 보이면서 개운한 마음으로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게 되고 안타까운 생각들이 더 많다. 그러면서 그들을 대하는 나의 얼굴도 자연스럽게 웃게 되어서 볼 때마다 더 가깝게 느껴져서 서로의 대화 주제도 늘어간다.

그렇게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중국어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루에 20명 정도를 만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들을 편하게 해 줌으로써 아주 조금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통해서 변해간다는 것은 특별한 느낌이다. 물론 나도 교화활동을 통해서 성장을 가져왔다. 얼굴과 이름만 알 수 있는 분위기에서 상대방에 대한 나도 모르게 생긴 선입견을 이겨내고 나만의 착각에서 상대를 잘못 판단하는 습관을 줄이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연습을 하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불교신문3455호/2018년1월12일자]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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