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또는 하지의 저린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단일 신경 압박에 의한 마비 증상의 경우 상지에서는 감각 장애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하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에서 발생하는 비골 신경 손상의 경우에는 정강이 외측부의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비골 신경 손상에 의한 운동 신경 마비로 발목이 아래로는 힘이 작용하나, 위로 젖혀지지 않은 족하수(足下垂)가 동반될 수 있다. 비골 신경 손상은 주로 무릎 바깥 아래쪽 비골두(fibular head) 부위에서 손상을 받기 쉽다. 오랜 시간동안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거나 쪼이는 장화를 신거나 하는 등의 외상성 손상이 주 원인이다.

허리 통증과 동반되어 편측으로 다리의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신경뿌리병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 협착증, 허리 추간판 탈출증은 요추부에 잘 발생하며 이에 의해서 척수신경의 뿌리 부위가 압박되어 통증, 근육이 땡기는 듯한 느낌, 저린 증상이 발생한다. 요추는 5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아래 4, 5번째 뼈와 요추 아래에 위치하는 천추뼈와의 경계에서도 신경뿌리병증이 흔하게 발생하는 위치이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양측성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근력 저하로 보행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척수신경 뿌리가 아닌 척수를 직접 압박하여 양측 하지의 감각 이상과 동시에 근력저하, 대소변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인근 전문 병원을 내원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다발성 말초신경병(또는 말초신경염)에 의해서 양측 하지의 저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은 유전성, 당뇨성, 독성, 감염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지만,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확인되는 경우는 당뇨 합병증의 경우이다. 당뇨로 진단받는 당시의 약 20%의 환자가 말초신경병을 가지고 있으며, 당뇨를 10년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약 50%의 환자가 말초신경병을 가진다. 증상은 먼저 발끝에서 시작되어 서서히 발 위로 진행하며, 이렇게 진행하면서 양측 손에서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리거나, 시리거나, 따갑거나 아프거나 다양한 임상 양상을 나타내며, 우리 몸의 위치를 인지하는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 손상되면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우선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암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암제나 결핵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결핵약의 경우 치료 과정이나 치료 이후에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있다. 당뇨에 비해서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며 진행하는 속도도 더 빠른 경우가 많다. 항암제 치료 이후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어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빈번한 과음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알코올에 의한 독성으로 말초신경병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음주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교신문3452호/2018년12월26일자] 

박진모 동국대 경주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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