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오봉옥 시 ‘아비’에서


연탄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아버지가 어린 자식에게 먹이려고 국화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신다. 따끈따끈한 국화빵이 식을까봐 가파른 고갯길을 급히 뛰고 넘으면서. 한 세대가 지나고 그때 그 어린 자식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가 되어 삼십 년 전 그때 그 아버지의 심정으로 나이 어린 자식에게 먹일 것을 사서 집으로 서둘러 돌아온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먹이려고 총총히 걷고 뛰면서. 

겉으로는 부드럽고 상냥스러운 면이 많지 않지만 살다보면 차차 아버지의 속정이 깊고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에서처럼 아버지는 가슴 먹먹한 삽화를 아들딸의 기억 속에 뜨듯한 끼니처럼 넣어주신다.

[불교신문3453호/2019년1월1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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