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불신, 신뢰로 바꾸는게 내 역할”
“우리 안의 불신, 신뢰로 바꾸는게 내 역할”
  • 정리=홍다영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 승인 2018.12.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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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특별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본지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가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우리 안의 갈등과 혼란을 소통이라는 도구로 화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모아진 마음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처럼 종단 또한 힘찬 도약을 발원하고 있다. 종단의 수장을 맡고 있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 앞으로 추진할 주요 종책 사업과 신년 계획을 들어보았다. 심각한 경제난 등 현실적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덕담도 들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사부대중 모두가 종단의 주인”이라며 “36대 총무원은 내가, 우리가 주인이라는 마음자세로, 신심과 원력을 다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종단을 운영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월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총무원장 스님과 불교신문 사장 진우스님 간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본지 발행인이기도 하다.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고 소통하며 함께 갈 것”

‘소통과 화합위원회’
‘불교문화창달위원회’
‘100만 원력보살 모시기’
핵심종책과제 본격 추진

불교는 단순한 종교 아닌
전통문화의 충실한 계승자
정부도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불교 바라보고 존중해야

1. ‘화합과 혁신으로 미래불교를 열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지 어느덧 3개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요즘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종단의 조속한 안정과 화합을 되찾아야 한다는 종도들의 마음이 모아진 덕분에 종단도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았는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종도들 뜻에 부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에 7대 종단 지도자들과 함께 불국사와 석굴암을 참배하고 종교간 우의를 다진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2. 2019년 새해부터 그간 종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년에는 조계종은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입니까?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라 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돼지는 복과 재물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종도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들에게 황금돼지의 풍요로운 기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제36대 총무원은 화합과 혁신, 미래불교라는 3대 기조아래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2019년은 36대 총무원이 실질적으로 종책 과제들을 추진하는 첫 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단의 안정과 화합입니다. 그동안 종단이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종단 안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단 집행부를 향한 대중들의 불신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수의 제안도 크게 듣고 열린 자세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소외받는 종도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소통을 통한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도모함은 물론 종단운영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단초들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선거당시 내걸었던 공약에 대해서도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입니다. 사부대중 모두가 종단의 주인입니다. 우리가 주인이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현재가 아무리 위기상황이라 하더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반목과 질시, 시비의 분별에 사로잡혀 멀고 길게 보질 못했습니다. 이에 36대 총무원은 내가, 우리가 주인이라는 마음자세로, 신심과 원력을 다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종단을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3. 제36대 총무원 집행부 핵심종책과제로 (가칭) 소통과 화합위원회, 불교문화창달위원회, 100만인 원력보살 모시기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종단 내부에서 다양한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활동방향에 대한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세 가지를 핵심 종책으로 설정한 까닭과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알려 주십시오.

“잘 아시는 것처럼 36대 총무원의 출발이 종단의 위기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종단 내부의 여러 갈등 요인들이 불교적 방식으로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종단 제도권에 대한 사부대중의 불신들이 가중되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통이란 본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어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단의 안정을 도모하고 미래불교를 힘 있게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종단 구성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그런 취지로 소통과 화합위원회를 제안한 것입니다.

불교문화창달위원회는 전통불교 문화자원을 보존과 계승의 관점을 뛰어넘어 창조적 재해석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자 함입니다. 전통에 담겨 있는 혼을 유지하되, 국민들이 전통 불교문화에 담겨 있는 혼을 쉽고 친근하게 이해하고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100만인 원력보살 모시기 운동(가칭)은 신행혁신과 함께 종단에 기여할 수 있는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종단의 소중한 목적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교역직 및 종단 구성원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고, 이후 각 단위별 논의를 진행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12월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 운영기조와 평소 소중히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4. ‘자연공원법’ 개정 등 몇 가지 현안에서 정부와 종단 간에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불교를 ‘하나의 단순한 특정종교’로 보느냐 아니면 ‘우리 전통문화의 충실한 계승자’로 보느냐에 따라서 비롯된 갈등으로 판단됩니다. 한국불교에 대해 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점은 무엇이겠습니까.

“최근 들어 전통문화의 계승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왜곡되거나 또는 훼손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여전히 공직사회 내에서는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고 있는 불교문화를 종교적 형성평이라는 기계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대통령과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문화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불교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는 박제화 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이자 문화입니다. 또한 전통문화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불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전통산사 7곳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만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전통산사가 갖는 보존가치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의 고유한 역사, 그리고 문화가 잘 보존되고 후대에 온전히 계승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정부에서도 소중한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자원들이 온전히 보존, 계승될 수 있도록 종교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5. 종단은 한국불교 오욕의 역사인 10·27법난의 아픔을 기억하고 조속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총무원장 스님도 “기념관 조성 등 기념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불자의 자긍심을 세우는데 위법망구 노력을 다할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10·27법난 기념관 설립은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서울 봉은사와 개운사 등을 포함한 대체 부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사업의 진척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법난기념관 부지매입을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인 조계종이 추진하다보니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기념관 건립 부지 변경 문제는 종단의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해야겠지만, 현재 36대 집행부 입장에서는 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서는 부지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난기념관 건립 부지 이전을 위해 그동안 많은 대상지 검토를 진행했고, 현재는 봉은사와 개운사 부지가 법난기념관 건립 대상지로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단 집행부의 검토와 주요 종단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법난기념관 건립 대상지 선정을 마무리 하고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10.27법난기념관 부지 변경
각계 의견 수렴해 검토 진행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남북화해 협력에 힘 보탤 것

신도 감소는 모든 종교의 문제
국민들에게 적극 다가가야
불교 미래 도모할 수 있어
‘신의’를 늘 마음에 새길 것

6. 총무원장 스님은 취임 초기부터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불교계도 남북 간 화해와 평화,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 사업에 있어 집행부 차원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이에 대한 전망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남북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재 계획하고 있는 내용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취임 초기부터 제가 원력을 세워 추진하고 싶은 것이 바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입니다. 물론 현재 남과 북의 교류협력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당장 가시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지만,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들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기회나 여건이 된다면 우리 종단에서 계획하고 있는 남북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직접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에 있어 우리 불교계도 역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문답을 나누고 있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오른쪽)과 불교신문 사장 진우스님.

7. 총무원장 스님은 후보 시절, 전국비구니회와 협의해 비구니특별교구를 설립하고 비구니 스님들의 권리와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집행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업무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비구니특별교구의 설립은 전국비구니회와의 협의를 통해 방향과 내용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다만, 특별교구의 설립은 중앙종회의 결의가 수반되는 문제라 중앙종회와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비구니특별교구 설립문제를 적극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비구니 스님들의 권리와 복지향상 문제는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들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8. 총무원장 스님이 보는 현재의 한국불교 모습은 어떻습니까. 이와 관련해 한국불교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겠습니까. 아울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조계종 총무원장으로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대단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국불교의 모습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 사회 종교지형의 변화에 대해 잘 살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습니다. 종교인구의 감소현상이 그 결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기 보다는 또 다른 새로운 문명에 기대어 개인의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좇지 못한다면 어느 종교이건 간에 그 생명력이 오래 유지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 불교 또한 세상의 변화와 사회적 흐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에만 머무르거나 현재에 안주해서는 불교의 발전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미래 또한 그리 길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과 의식의 변화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고, 국민들 또한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코 손을 내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종단 제도권에 대한 불신, 승가공동체에 대한 불신, 불교공동체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우리 안의 갈등과 혼란을 소통이라는 도구로 화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모아진 마음을 한국불교의 새로운 변화의 힘찬 동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총무원장인 제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9. 총무원장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올곧은 수행과 전법으로 타의 귀감이 되어왔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매 순간 인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처님과의 약속, 종도들과의 약속, 도반들과의 약속을 절대 소홀히 여겨선 안 됩니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신의(信義)를 잘 지키자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정진해 왔습니다.”

10. 마지막으로 종도와 국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당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서원하는 모든 것이 성취되길 바랍니다. 종단은 ‘소통과 화합, 혁신’이라는 대명제 아래 앞으로 소통과 화합위원회, 불교문화창달위원회 등을 잘 꾸려 불교의 제 역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100만 원력보살’을 차근히 모아 종단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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