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다나 대표 탄경스님

​​​​​​권선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참 힘든 일 한다”고 안쓰러워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는 일은 
오히려 큰 기쁨이고 위안이다. 
정말 힘든 일은 
그렇게 말해주는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임을 
그들은 정작 모른다.

다나 사무실은 노숙자와 한부모가정 어린이 등에게 보낼 각종 지원물품들로 가득차 있다. 탄경스님은 이곳을 법당 겸 사무실 겸 처소로 사용하며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자비행을 펼치고 있다.

다나 대표 탄경스님은 매주 토요일 새벽 3시30분이 되면 서울의 한복판 거리로 나선다. 커다란 종이상자가 실린 짐수레를 끌고 광화문과 을지로입구역, 종로3가역과 탑골공원, 종각역에 이르기까지 아주 느린 속도로 걷는다. 종이상자에는 컵라면과 초코파이 등을 일일이 나누어 포장한 물품이 담겼다. 그가 잠시 발길을 멈추는 곳, 거기엔 노숙자들이 누워 있고, 쪽방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몇마디 던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말이 없다. 탄경스님은 “밑바닥 인생으로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저마다 애달픈 사연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귀기울여 듣지 않고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노숙자들은 소중한 삶의 끈을 너무도 쉽게 놓아버린다고 했다.

힘든 일이다. 곁에 다가가기 어려운 노숙자들에게 자비의 손을 내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3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건네는 탄경스님에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없는 신념과 원력이 있다. 지장보살은 모든 지옥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했다. 탄경스님은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지녔다. 그런 서원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거리의 성자’는 없었을 것이다. 

다나와 탄경스님이 하는 일은 꽤 많다. 노숙자 지원 외에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활동도 있다. 마하이주민지원센터를 통한 지원활동을 펼쳐왔고, 서울 동대문에 있는 네팔여성노동자쉼터에 대해 쌀과 후원금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네팔 현지 학생 50명에게 매달 3만원의 육성 후원금도 지원한다. 네팔과는 꽤나 인연이 깊어서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네팔 현지를 직접 찾는다. 3개 학교 학생들을 찾아 학용품과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라오스 생활개선 지원활동과 스리랑카 사찰 지원, 탈북민 지원, 국내 한부모가정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 활동까지 탄경스님이 펼치는 활동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다보니 탄경스님의 한달 일정은 꽉 짜여 있다. 서울의 오피스텔에 있는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다. 2년 된 차량의 주행거리가 벌써 13만km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년에 2만km를 주행하는 것에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매주 토요일 새벽 노숙자들을 찾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모습.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지금의 한국불교가 그렇다. 탄경스님은 그 길 한 가운데 서 있다. 탄경스님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일일이 열거하는데 인색하다.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탄경스님이 이 길을 걷기로 다짐한 계기는 2006년 지진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서의 봉사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데 이것을 우리 불교가 그동안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처가 되기 위한 공부를 제일로 삼았던 탄경스님은 도움이 필요한 사회의 현장으로 뛰어들기로 다짐했다. 그 길로 이주민 지원단체에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원이 세워졌고, 첫발을 내디뎠다.  

막상 시작하고는 원력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도 절감했다. 사실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돕는 일 보다 힘든 일은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달 중 1주일을 꼬박 전국의 인연있는 사찰을 돌며 스님과 불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일이 가장 벅차다.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함에 돌아오는 냉랭함이 못견디게 두렵다. 그 중에서도 동냥하는 거지를 보는 듯한 시선을 느낄 때면 회의감이 밀려오곤 한다. 

권선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참 힘든 일 한다”고 안쓰러워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는 일은 오히려 큰 기쁨이고 위안이다. 정말 힘든 일은 그렇게 말해주는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임을 그들은 정작 모른다.

“도반스님들을 비롯해서 인연이 되는 스님들, 불자들에게 권선활동을 하지 않고 절 없는 제가 이 일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스님들이 조금씩만이라도 후원물품을 보내주고 불자들이 후원금 권선에 동참해준다면 불교가 조금씩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탄경스님의 목소리에서 절절함과 깊은 회한이 묻어난다.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고, 복을 짓지 않고서 복을 바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조심스러워서 참고 참으며 애둘러서 표현한 것이다.

탄경스님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불교가 역할을 하도록 후원하는 돈의 가치가 1000일 기도, 도량 건축불사에 내는 돈의 가치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불교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종교가 될 수 있도록 스님들이, 우리 불자들이 마음을 내어 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지 않는 탄경스님이 취재에 응한 것도 순전히 이 때문이었다. 후원계좌(국민은행 006001-04-311125 사단법인 다나)를 넣어줄 수 있느냐는 탄경스님의 질문에서 그 의도가 드러났다.

그래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어 자신감을 얻는다. 때때로 느끼는 모욕감도 참을 수 있다. 어느 스님은 쌀을 후원해주고 있고, 또 어느 스님은 탄경스님의 말을 듣고 두말 없이 후원금을 입금하고 있다. 또 어떤 스님은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점점더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동참할 것이라는 믿음 또한 갖고 있다. 다만 그 날이 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탄경스님은 한국불교와 스님들의 이미지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걸망을 메고 솔바람 솔솔 부는 오솔길을 걷는 스님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의 거리를 걸망을 메고 걷는 것이다. 그렇게 인식이 바뀌어야 장차 한국불교가 설 자리가 생긴다고 여긴다. 출가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약하나마 그렇게되길 바라며 탄경스님은 또 새벽길을 나설 것이다. 

제3세계 청소년들을 만나 눈을 맞추는 탄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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