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행위 넘어선 붓다 향한 숭고함이 초발심”
“윤리적 행위 넘어선 붓다 향한 숭고함이 초발심”
  • 불교신문
  • 승인 2018.12.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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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기고] 초발심으로 돌아가자

끝까지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 
슈바이처 뒤 이어가는 의사들
국민 사랑하고 정치하는 위정자
박봉에도 묵묵히 걷는 사람들
도처에 있기에 기해년도 희망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무술(戊戌)년 한해가 지나가고 기해(己亥)년이 밝았다. 해마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의례가 일 년에 네 번 있다. 양력설과 음력설 그리고 입춘이다. 그래서 동지섣달이라고 한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삶의 지평에 서면 이와 같은 시간적인 분기점에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의 사이클에서 이루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초발심을 낸다.

새해에는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희망들이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다음의 사이클에는 전번에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성사되기를 기대하고 초심을 갖는다. 수행자는 더욱 정진하여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과 같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계획과 함께 다짐을 한다. 이러한 모든 다짐들이 대부분 시간의 주기에 따른 초발심에 해당한다.

한편으로 자신이 처음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출발점에서 세운 초심이 있다. 종교인, 정치인, 교육자, 공무원,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에 따른 발심과 이에 따른 행동규칙이 있다. 이들 중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개원에 앞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국회의원 선서를 한다.

법관은 취임할 때 ‘법원공무원규칙(일부개정 2011.05.11 대법원규칙 제2337호)’의 제69조 1항에 명시되어 있는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말한다. 검사는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서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아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고,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고, 스스로 엄격하고 바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선언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하고 의료계의 길을 시작한 의사들은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고,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고,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고,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의 선언문이 초발심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나이팅게일선서문’을 읽고 간호사의 길을 시작한 사람들은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다고,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심전력을 다하고, 성심으로 의료인과 협조하여 간호를 받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하는 낭독은 초발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의 전통에 따라서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을 꿈꾸며 출가한 사미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율서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권한다고 한다. 수행자의 출발점에 선 행자에게는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규범을 일반대중에게는 불자로서 지켜야 할 준칙을 그리고 선방스님들에게는 지켜야 할 청규 등을 수록해 놓았다. 수행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적혀 있는 <발심수행장>과 수행인이 스스로 일깨우고 경계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는 <자경문>이 있다.

일반인들의 초발심과 수행자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특히 불가의 전통에서 초발심은 윤리적인 행위를 넘어선 붓다를 향한 숭고한 것이다. 순수한 처음의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초심(初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꿈이 담긴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초심은 퇴색되고 변질된 마음들과 이에 따른 행위들이 난무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서원으로 시작한 스님들의 초발심이 사라지고 개인의 욕심이나 권위 그리고 문중이라는 집단 이기주의로 치닫는다면?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그리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한다고 선언한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이익과 영광을 이루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한다면?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때에 따라서 불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지 않고, 국민들을 천한사람 대하듯이 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검사들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망각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용기가 없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의료계의 길을 걷고자 한 사람들이 비양심적이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지위여하를 구분하여 오직 특정한 환자에게만 의사의 의무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별로 존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교육봉사자로서의 결의를 다지고 교육계의 길을 시작한 사람들이 오히려 비교육적이고 비인성적인 행위를 한다면? 한 해 동안의 초심은 고사하고, 처음 발심한 역할과 책무에 대한 마음가짐은 사라지고, 전혀 다른 것들에 온통 신경을 쏟아 붇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초등학교시절 방학이 시작될 때 선생님으로부터 방학 중의 계획서를 그림으로 작성해라고 한 때가 기억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고 제출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의 계획을 세운다. 방학을 맞이하면서 그리는 이 일과표와 방학기간중의 계획을 통해서 큰 목적을 세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겐 아득한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방학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그린 계획에 따른 초심과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초심은 그 비중이 다르다. 사회적 지위가 있을수록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초심에 따른 역할과 책임은 그 중요도가 크다고 하겠다.

인생의 대부분의 주기는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세우는 많은 계획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연속적인 바램이고 이를 이루기 위한 실천의 연속이다. 현존(Sein)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존해야함(Sollen)을 지향하고 있기에 초발심의 유지는 그 결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하겠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까지는 아니지만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 지나칠 정도의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이기주의가 종교권 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은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수행자인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처음 불교라는 종교를 접했을 때 그 후 출가자의 삶을 택했을 때, 재가자로서 불자가 되었을 때 모두가 지금과 같은 마음을 지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교가 지혜를 지향하고 타인의 지혜를 일깨우는 종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초발심의 중요성은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초발심과 진행되는 상황이 가장 다른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선거에 출마할 때와 당선된 이후에 국민을 위하겠다는 소신과 초심을 버리고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알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집단이 정치인들이다. 초심을 망각하고 오만과 독선의 길을 걸은 결과가 무엇인지는 자명할 것이다. 하나의 종교가 발생하고 융성기를 거치다가 화석화현상(fossilization)을 거쳐서 쇠퇴하게 되는 경우에도 처음의 발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끝까지 초발심을 지키고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 슈바이처의 뒤를 이어가는 의사들, 소신껏 국민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정치하는 위정자들, 순수한 마음으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선생님들, 공무원의 본분을 잘 지키고 있는 사람들, 박봉에도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나마 도처에 있기에 기해(己亥)년에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장재진 교수

동국대 인도철학 박사 수료
한국해양대 국제지역학 박사

동명대 글러벌문화콘텐츠 학부 교수
동명대학교 학생처 학생처장
(사)한국불교학회 법인이사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부산광역시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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