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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투병 함께하며 깨달은 ‘수행의 기록’

꽃은 피고 꽃은 지고

지상스님 지음/ 책만의향기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
심장병 앓는 명조스님
간병하며 얻은 깨달음
책으로 출간한 ‘에세이’

“병간호하는 가족들에게
위로의 꽃잎하나 떨군다”

서울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이 도반 명조스님을 간병하면서 얻은 수행과 깨달음의 기록을 담은 <꽃은 피고 꽃은 지고>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지상스님(오른쪽)과 명조스님.

“30년 전, 작고 후덕한 한 떨기 꽃이 아픈 채로 내게로 왔다. 아름다운 꽃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그 꽃과 만났고 소중한 꽃이었기에 나는 그 꽃을 16년 동안이나 품었다. 꽃병에 담긴 물은 출렁거리고 때로는 흔들거렸으나 그 꽃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꽃은 꽃이었기에 누구나 그러하듯이 아낌없이 살았고, 시들었고, 하늘로 날아갔다.”

심장질환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통에도 수행의 끈을 놓지 않았던 스님과 그 스님을 10년 넘게 돌봐온 도반 스님이 있다. 30여 년 전 출가해 승가대학에서 도반으로 처음 만난 서울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과 명조스님. 두 스님은 향운사에서 15년 동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어려운 가운데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해왔다. 명조스님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했지만, 신도들과 함께 지난 2009년 6월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한국자비공덕회’를 창립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을 서왔다. 지상스님도 명조스님의 투병을 함께하며 뜻깊은 불사를 힘껏 도왔다.

그럼에도 명조스님은 지난 2016년 9월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입적했다. 가족 같은 도반을 먼저 떠나보낸 지상스님은 “이 세상 모든 아픈 이들 옆에서 그 아픔보다 더한 아픔을 안고, 병간호를 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위로의 작은 꽃잎 하나 여기에 떨군다”며 간병하면서 얻은 수행과 깨달음의 기록을 담은 <꽃은 피고 꽃은 지고>를 최근 선보였다.

1988년 동학사승가대학에서 도반으로 만난 두 스님은 4년을 함께 수학하며 평생 불도에 정진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졸업 이후 명조스님은 선방 수좌로, 지상스님은 국제포교의 원력을 품고 호주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2001년, 지상스님은 우연히 국내 신도로부터 명조스님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귀국한 나는 곧바로 명조스님을 찾아갔다. 몹시 보고 싶었다. 스님은 경기도 산본에 있는 정혜사를 임시 거처로 정하고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스님은 뜻하지 않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호주에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갔어요. 검사를 해보더니 의사가 승모판협착증이라고 하네요.’” 승모판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승모판 협착증으로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지상스님은 꺼져가는 생명을 두고 볼 수 없어 간병을 진정한 수행으로 삼겠다는 원력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한달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명조스님은 2002년 첫 수술을 받았지만 심장은 20%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잠을 자는 순간에도 너무 숨이 차 힘들어 밤을 꼬박 새워야했고 낮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찼다. 이때부터 지상스님은 밤낮으로 기도하며 명조스님을 간호했다. 심장, 의학, 음식 관련 서적을 모조리 탐독하고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병원에서는 수술해도 5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상스님의 극진한 간호로 10년 넘게 버텨냈다. 또한 두 스님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처님과 불자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2009년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자비공덕회’를 만들었다. 정기기도법회를 통해 남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보시금을 모아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학자금도 후원했다.

이처럼 이 책은 한 비구니 스님이 도반의 인연으로 만난 또 다른 비구니 스님의 병환을 오랜 세월 극진히 보살피면서 걸어온 수행기다. 감동실화를 다룬 에세이기도 하지만 책 속에서 지상스님이 하나씩 꺼내어 들려주는 부처의 지혜와 법문도 눈여겨 볼만하다. “화두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의구심의 문구이며 화두 수행자가 풀어야 할 평생 과제를 말하는데 나는 전통적인 화두에서 벗어나 나에게 주어진 이 숙제를 풀어야만 했다. 남의 아픔을 뒤로 둔 채 오직 화두만을 들고 하는 수행은 올바른 수행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깨달음의 수행과 자비행의 실천은 따로 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혜와 자비는 둘이 아니고 바로 한 몸이다.” 미움과 혐오가 만연한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따스한 감동과 깨우침을 안겨줄 만하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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