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육육봉 끌어안고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낙동강 상류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
하얀 외씨버선만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권달웅 시 ‘은어’에서


은어는 먼 바다로 나갔다 맑은 물의 모천으로 헤엄쳐 돌아온다. 대처로 나갔다 옛집으로 귀향한 사람처럼. 시인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뜻을 내비치고 그곳엔 어머니가 계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어를 빗대길, “쪽진 비녀”만하고, “하얀 외씨버선”만하다고 말한다. 또한 올이 고운 안동포를 짜는 어머니의 달밤이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그곳은 물과 달빛이 맑고 푸르고 깨끗한 곳이다. 시인은 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은어처럼 수박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리.”라고 썼는데, 이 걸출한 시행을 읽는 순간, 나는 문득 소년이 갖고 있는 풋풋한 동심을 만날 수 있었다.  

[불교신문3451호/2018년12월22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