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신심을 갖고서 다음 부처님과 보살들의 명호를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운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염부제의 가는 티끌 같은 겁을 초월하여 다라니를 얻어 모든 나쁜 병이 그의 몸에 침범하지 못하리라.

- <불설불명경> 중에서

사중 소임으로 며칠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더니 몸이 불편해 기도하러 오시는 보살님께서 겨울 이불 한 채 씩을 각 국장들 앞으로 보시한 것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크다보니 가볍고도 따뜻한 이불이 필요하던 차였으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사중에 이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욕심처럼 끌어안고 잤더랬다. 작년 가을에는 승복 보시도 받은 적이 있었던 터라 그 정성에 두 손 모아 합장을 하였다. 소용되는 물품이야 가질라치면 자꾸 필요하게 되는 법이고 보니 이것저것 쌓아두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당장 안 쓰더라도 아까워서 쌓아두고 주지 못해 쌓아두기도 한다. 그래서 쌓아두고 살지 말자고 다짐도 하던 터였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 반(反)하여 멀리 사시는 보살님이 직접 연꽃그림을 그리고 거기다 정성스레 수까지 놓은 좌복을 보내왔다. 그러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내가 이런 선물을 받아 누릴 자격이 있던가 하는 자문 때문이었다. 돌아볼수록 부처님 앞에서 고맙고도 부끄러운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불교신문3450호/2018년12월19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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