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굿따라니까야에서 부처님은 네 가지 행복의 조건을 설하였다. 그 네 가지는 소유하는 행복, 향유하는 행복, 빚 없는 행복, 그리고 지탄받지 않는 행복이다. 그렇지만 우리사회는 실물경제가 신용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용을 담보로 빚을 내는 삶이 일상화되고 있다. 신용카드가 빚을 권하는 사회의 가장 큰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주체 중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1997년부터 경험한 IMF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려왔고, 정부재정의 수지균형도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최근에 현금보유를 늘리기 위해서 사내유보금을 축적해왔고, 사옥을 비롯한 핵심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빚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대외무역에서 흑자기조가 유지되면서 경제의 활력을 열어 주고 있다.

반면에 가계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끊임없이 빚을 내고 있어서 가계부채액은 지난 8월말 기준 1,500조원을 넘어섰고, 자영업자 부채도 300조원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관리경제 체제가 발동될 당시에는 국가부채 규모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했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앞장섰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국민들이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고, 금리 인상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가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붕괴하면서 과도한 빚에 쓰러지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빚을 내어 소를 잡아먹기는 쉽지만 그 빚을 갚으려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면 손가락질을 당하는 치욕을 감내해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빚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유하거나 향유하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행복은 빚이 없고 지탄받지 않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누구나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진리이다.

[불교신문3450호/2018년12월19일자]

김응철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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