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총무원 승려복지제도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17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종학 승려복지회 사무국장.

승가복지 완성은…
“스님들 스스로 관심갖고
제도 활용할 때 가능”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취임 일성으로 ‘승가복지 완성’을 약속한 가운데, 승려복지제도의 발전방향과 향후 과제를 집중 논의하는 자리가 12월17일 열렸다.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총무원 승려복지회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승려복지제도를 스님들 스스로 문제로 인식하고 좀 더 능동적인 관심과 활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제도 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는 승려복지회 및 교구 승려복지회 강화, 안정적인 재원 마련, 스님들을 위한 요양병원 건립, 주거보장 등 승가공동체 수행 공간 마련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승려복지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극복 필요”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종학 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은 일선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꼽았다. ‘제대로 잘 살면 노후 걱정 안 해도 된다’, ‘승려복지제도는 없어질지 모른다’, ‘종단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지원해줄리 없다’는 등의 불신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33·34대 총무원장 자승스님, 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 새롭게 출범한 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께서도 취임 일성으로 승려복지사업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며 “종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유지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저출가·고령화 현상이 뚜렷한 현실에서 출가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수행생활의 기초를 보장하는 승려복지제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종단에 소속된 모든 스님들이 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국장은 “종단 차원의 스님들 주거문제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며 “그동안 개별 능력에 따라 사설사암 창건 내지 토굴 등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종교인구 감소 현실에서 사찰 창건이 주거문제 해결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주거 기능만이 아닌 공동체 수행공간으로서의 건축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향후 노스님 증가에 따른 요양시설로의 전환 또는 국가복지제도 활용을 연계하는 것까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국장은 제36대 총무원 승려복지공약의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종단 승려복지회 조직 강화 △교구 승려복지회 강화 △승려복지 재원의 법제화 △승납별 자기부담금 제도 신설 등 복지 수혜자부담 원칙 시행 △승보공양 후원 확대 △승려복지 통합사례관리시스템 도입 △승가 초고령화에 대비한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승려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 종단에 대한 불신 등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승려복지제도는 이제 상당히 자리를 잡고 체계화되고 있다”며 “각 교구본사 주지 선거, 총무원장 선거의 주요 공약사항으로 보다 나은 승려복지 시행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제도 전망을 매우 밝게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스님들께서 병고와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해선 이 제도를 우리 스님들 스스로 문제로 인식하고 좀 더 능동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종단과 교구본사 지도부도 이를 적극 수용함과 동시에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승가 초고령화 곧 현실화
종단적 대비 필요성에 한목소리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도 승가의 초고령화에 대한 종단적 대비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중앙과 교구 간의 유기적 역할 분담을 통해 완벽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현재 본사에서 시행 중인 ‘토털복지’ 제도를 소개하고, “교구승려복지제도를 준비하는 모든 본사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종단 승려복지회의 완벽한 구축을 위해 사회복지법인으로의 전환, 종단 승려복지회에 승려복지특보 배치, 암과 치매치료 전문시설 설립 및 운영, 결계신고서에 국민연금, 실비보험 등의 가입내역 포함, 국가지원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 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덕문스님은 “교구 승려복지회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승려복지를 위한 직영사찰이나 특별분담사찰을 본사에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려복지회 확대 개편해
보다 진취적 서비스 이뤄져야”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명순 부천대 교수는 ‘승려복지회 기구의 확대 개편’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승려복지회 구성을 보면 당연직으로 승려 5인과 위촉직 2인으로 구성돼 있고, 산하에 승려복지실행위원회와 사무국을 두고 있다”며 “현재 기구로는 현실적으로 정책개발이나 사업구상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구를 확대 개편해 다양한 욕구를 수렴해 보다 진취적이고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의 고령화는 세속 고령화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예전엔 상좌가 노스님을 모시고 대중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상좌조차 본인의 노후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장기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해 주거시설과 병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맞춤형 대중수행처·요양병원 건립 필요”

토론자로 참여한 팔공총림 동화사 기획국장 미수스님은 승가의 초고령화에 대한 종단적 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스님들을 위한 ‘맞춤형 대중수행처 건립’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미수스님은 “현재까지 적지 않은 스님들이 노후에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면서 “타종교 성직자나 타국가 종교성직자들 수행처를 벤치마킹해 스님들에게 맞는 대중수행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정된 수행처가 보장된다면 보다 많은 발심출가자가 증가하고, 포교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치노인복지센터관장 지현스님은 ‘승려요양병원 건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현스님은 “스님들을 위한 노인성 질환과 요양, 수행생활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요양병원 건립이 절실하다”며 “노스님들의 노후 문제를 우리 교단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면밀한 논의가 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김포시지부 사무국장 청아스님도 “스님들만 안주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스님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스님들만 거주할 수 있는 전문요양병원을 2~3개 정도 설립해 임종 시 마지막 윤회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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