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조금만 더 내려 봐. 아, 글쎄 그 쪽이 아니라니께. 어허, 이 사람아, 제대로 좀 해봐. 그것도 똑바로 못 맞추는가?” 커다란 돌을 줄에 매달고 있는 포클레인 기사에게 석공이 큰 소리로 하는 말이다. 지금 내 처소는 공사판으로 아수라장이다. 내 방을 가운데 두고 앞마당에는 커다란 바위 수십 개가 널려있고, 뒤쪽에는 밀려 내려온 토사를 걷어내고 석축 쌓기 공사가 한창이다. 변변한 석축도 없이 산죽과 두릅나무로 겨우 버텨오던 비탈이 이제야 제대로 면모를 갖추어 가는 모양새다. 

코끼리 로봇같이 생긴 커다란 포클레인은 하루 종일 마당과 작업장을 오가며 돌을 실어 나른다. 공사 초기에는 바위 깨는 소음이 온 도량을 진동하며 방을 들썩거리더니, 이젠 포클레인의 쇠바퀴 소음이 “끼이익 끼이익” 하며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고 있다. 대중들이 “스님, 시끄러워서 어떻게 지내세요. 공사 다할 때까지 어디 휴가라도 다녀오시죠?” 할 때만 해도, “하하, 뭘 이정도 가지고요. 포클레인과 망치의 스테레오 연주를 들으며 야단법석으로 삼으면 되죠”하고 큰소리 쳤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결국 귀마개를 하고야 말았다. 

먼지투성이인 마루문을 열고 포클레인 기사님께 인사를 건넸다. “기사님, 하루 종일 이렇게 시끄러워서 어떻게 작업하세요?” “시끄러워요? 이 소리가 시끄러우면 일을 못하지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할 말이 없었다. 공사장에서 나는 온갖 기계음들을 소음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소음이란 현장 근로자가 느끼는 것이 아니고, 그 일과 관계없는 사람들이나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소음과 소리는 결국 한 생각 차이인 것이다. 제법 수행을 했다는 사람들도 쉽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산만하면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가 밖에서 된서리를 맞으면 맥을 못 추는 것과 같다. 일부러 시장 바닥에 앉아 좌선을 할 일은 아니지만, 공사장 한 복판에 있는 나는 지금까지의 공부를 점검받고 있다. 포클레인 소음이 새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나무 관세음보살! 

[불교신문3449호/2018년12월15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