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의미와 교계 나눔 행사

불교에서는 동지를 중요한 명절로 인식해 불공을 올리고 이웃을 위한 다양한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홍천 수타사 동지팥죽 나눔행사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작은설’이라고도 불리며
옛날부터 큰 명절로 인식
고려 때는 동지 전후에
팔관회를 봉행하기도

사라져가는 세시풍속
불교가 계승하고 수용해
이웃들을 위한 나눔을
행하는 명절로 발전시켜

12월22일은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다. 동지는 ‘작은설’이라고도 불린다. 현대인들에게 동지는 팥죽을 먹는 날로 인식되고 있지만 조상들은 동지를 기점으로 짧아지던 낮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해가 시작하는 것으로 여겼다. 동지가 어둠의 끝에서 밝음을 향해 나가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옛날부터 동지는 큰 명절이었다.

중국 <사기>에는 동짓날 천자가 태산에서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고, 동진 법현스님이 천축을 순례하고 기록한 <고승법현전>에는 411년 장안으로 돌아온 스님은 416년 동재(冬齋)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재는 동지에 사감(寺監)이 주지 스님을 대신해 법좌(法座)에 올라 스님들에게 계경(戒經)을 설해 그 실행을 재촉하는 법회로, 당시 사찰에서도 동지 때 법회를 봉행했음을 엿볼 수 있다.

<고려사>에는 동지 전후에 팔관회를 봉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11월 보름 개경에서 행해지던 중동팔관회(仲冬八關會)를 동지의례로 보기도 한다. <동국세시기>에도 동짓날 풍경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당시에는 꿀을 타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고, 동지 제사가 끝나면 팥죽을 벽이나 대문에 뿌리며 악귀를 쫓았다.

이처럼 불교에서도 동지를 중요한 명절로 인식하고 있다. 세시풍속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온 주체로서 사찰에서는 동지를 전후에 불공을 올렸다. 동지불공을 올리기 위해 절에 온 불자들은 부처님 전에 팥죽을 공양하고 기도하고 입고 있던 헌 옷을 태우는 소대의식(燒臺儀式)을 행하며 액을 소멸하고, 새해 복을 기원했다. 불공이 끝난 후에는 절에서 팥죽을 함께 나눠 먹으며 건강과 안녕을 발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통은 현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사찰에서 동지불공을 올리고 팥죽은 나눠먹는 것을 넘어 동지를 소외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의 장,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명절로 승화시키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동지 세시풍속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동지를 전후해 불교계가 펼치는 보시행은 연말연시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나눔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올해 역시 불교계는 동지를 맞아 신도들 및 우리사회 이웃들과 함께 팥죽을 나누며 동지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는 동지 하루 전날인 오는 21일 낮12시 서울 인사동 입구에서 동지 팥죽 나눔 축제를 개최한다. 종단협 소속 26개 회원종단과 소속사찰이 함께하는 동지 팥죽 나눔축제는 사라져가는 동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불교와 시민이 함께하는 나눔 축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스님)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동지 3일 기도를 봉행할 예정이며, 동지 당일에는 경내 대웅전과 만발식당 등에서 신도, 관광객, 일반인 등에게 동지 팥죽과 달력을 나눌 예정이다. 또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 소방관들을 위해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 청진파출소 등을 찾아 팥죽 나누는 온정을 펼칠 계획이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스님)는 지난 2일부터 동지 21일 특별기도에 입재해 동짓날인 오는 22일까지 이웃을 위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원력을 다지는 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오는 22일에는 동지법회와 더불어 2019년 새해 소원을 발원하는 소원지 쓰기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용인 법륜사(주지 현암스님)는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동지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는 ‘동지팥죽 템플스테이’를 연다. 템플스테이는 참가자들이 직접 팥죽을 만들어 공양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는 21일 법륜사 참배 후 팥죽 새알 만들기, 타종체험, 나를 찾는 108배, 행복 팔찌 만들기에 이어 오는 22일 팥죽공양과 산책, ‘꿈 먹고 맘 먹고’ 주제 스님과의 차담, 소감문 작성 등의 일정으로 펼쳐진다. 이와 함께 법륜사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경내 대웅전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동지 3일 기도를 봉행하며, 오는 22일 오전11시부터 오후2시까지 용인 재래시장 동지 팥죽 나눔 행사를 펼친다. 이날 법륜사는 팥죽 1000인분을 준비해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난 예정이다.

홍천 수타사(주지 화광스님)는 동지 하루 전날인 오는 21일 오전11시부터 오후2시까지 홍천읍 꽃뫼공원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따뜻한 겨울나기 동지팥죽 나눔행사’를 펼칠 예정이며, 오는 22일에는 동지기도 법회를 봉행하고 사찰 신도들과 팥죽을 나누며 동지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회장 철산스님)는 오는 16일 낮12시부터 오후3시까지 포항 중앙상가 일원에서 ‘포항시민과 함께 하는 자비의 동지 팥죽나누기’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보경사를 비롯해 포항 지역 15개 사찰 스님들과 신도들은 5000명분의 팥죽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전하며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 동지 행사. 불교신문 자료사진.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 산하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도 오는 15일 오후1시부터 2시30분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동지 행사를 개최한다. ‘한반도 평화다짐 기원 - 나눔과 베품, 새희망의 동지’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불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로운 한반도를 염원하는 자리로 펼쳐진다.

이날 날마다좋은날은 팥죽 3000인분을 준비해 인사동을 지나는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동지 팥죽을 나눌 예정이며, 소원지 쓰기, 새해 가훈 쓰기, 희망 복조리 만들기, 전통차 시음, 새해 달력 나누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식전행사로 풍물패 공연과 야단법석 타악 퍼포먼스가 펼쳐져 동지 행사의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불교민속학회장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는 “불교문화와 전통을 의례화하기 위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며 “동지를 맞아 많은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고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사라지고 있는 세시풍속의 전통을 불교가 수용한 사례 가운데 동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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