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까지 한반도는 세계 화약고 
평화국면으로 전환 문대통령 노력 덕분
경제 등 사회현안 단기간 바꿀 수 없어
평화 만든 下心 겸손 간절한 마음 소중

나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 양대 진영으로 편갈려 싸워온 해방이후 70년의 역사에 종지부가 찍히기를 바랐고,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집권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뉴스에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사람 일이라는 게 잘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못되게 방해하기는 쉬운 법이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우리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에서 대통령이 중심을 잃고 좌충우돌하면 나라는 금세 표류한다. 분탕질을 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동원할 수단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피곤한 싸움판으로 만들면 지지층은 결집하겠지만, 나라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나가게 된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우리나라가 근현대사에서 늘 질곡을 되풀이 했던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쟁위기의 한반도를 평화국면으로 전환시켰던 데 대하여 무한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까맣게 잊은 사람도 있겠지만, 지난 연말까지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곳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환시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이었다. 얼마 전 KT전화선 화재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통신망 불통 정도로 그렇게 큰 사회적 고통이 발생하는데,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찌 될까? 그것은 상상하기 힘든,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이 될 것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을 욕하는 것도, 심지어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의심하고 비난하는 것조차 평화가 없다면 누릴 수 없는 것이니, 평화의 소중함을 더 말해 무엇하랴. 

평화국면으로 전환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평화와 번영이라는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으르렁거리던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였다. 그 과정에서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서 선공후사의 자세로 임했다. 그 무슨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겸손한 자세와 간절함이 기적을 빚어내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난관이 있겠지만 적어도 평화의 걸음을 뚜벅뚜벅 떼는 것만으로도, 그것 하나만 잘 해줘도 그는 한국현대사를 전환시켜 낸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잘 못 풀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에겐 잘잘못을 세세하게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 하지만 좀 더 정직하게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과연 높은 실업률, 부동산, 경제침체와 같은 거대한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나아가 정치, 인권, 교육, 여성, 복지 문제 등 숱한 사회현안들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립유치원 문제에서 잘 드러나듯이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시민과 시민, 집단과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조정해야 해결 가능한 것들이다. 누군가의 권익은 곧장 누군가의 손해와 연결될 정도로 우리사회가 촘촘히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기간 동안 많은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보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를 평화국면으로 전환시킨 그 방식 그 태도로 작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기다린다. 그것이야말로 대전환기 한국사회가 희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불교신문3448호/2018년12월12일자]

정웅기 논설위원·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