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자랑하듯 수도꼭지를 돌리던 동티모르 레오텔라 지역 한 학교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로 손을 씻은 뒤 고사리 같은 손에 맑은 물을 가득 담아 갈증 난 목을 축이고는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던 지난 여름날. 더프라미스 본부 국제사업 담당자인 저는 2016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식수개발사업의 모니터링을 위해 동티모르 레오텔라 지역에 위치한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본부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만 접해오던 아이들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아, 정말 내가 온 이곳이 동티모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책상 앞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급수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산 속 깊이 위치해 있는 수원지로부터 학교까지 파이프를 연결해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문제없이 흘러갈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던 저에게 현장의 아이들은 많은 메시지를 던져줬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교실 안에 빼곡히 앉아있던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 나옵니다. 화장실로 달려가는 아이, 도망가는 친구들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쫓아가는 술래를 맡은 아이, 창문 뒤에 숨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쑥스러워 하는 아이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학교 공용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손에 한 움큼 모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남은 물을 친구에게 뿌리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는 아이들의 미소였습니다. 

그 아이들의 미소는 책상 앞에 앉아 정신없이 마우스를 딸깍거리던 제게 우리 단체가 동티모르 레오텔라 마을에 급수시스템을 설치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단지 기한 내 공사를 완료시키는데서 오는 안도감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목표한 바를 얼마나 빨리 달성했고 그 수혜자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증명해보이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동티모르 급수 취약지역이 가진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해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또한 건강하게 성장해 지금 보여준 그 예쁜 미소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함 일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 현장이 준 감동과 교훈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언젠가 꼭 현장에서 활동할 것을 다짐하게 합니다.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고 계신 활동가분들을 응원하며 마칩니다.

 [불교신문3448호/2018년12월12일자]

홍나연 더프라미스 국제사업국 코디네이터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