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자

인오스님 지음/ 맑은소리맑은나라

부산 원광사 주지 스님
수년 동안 모은 주장자
관련 자료 정리해 출간

역사·현대적 의미 조명
“부처님가르침 전할 때
사용한 방편 중 하나다”

지난 2008년 6월부터 부산 원광사 주지를 맡고 있는 인오스님이 주장자의 역사와 현대적 의미를 조명한 <주장자>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일제강점기 당시 통도사 주지 등을 역임하며 근대 한국불교의 큰 족적을 남긴 경봉스님. 저자인 인오스님은 경봉스님의 손상좌다.

출가 수행자가 지녀야 하는 18가지 법구(法具)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장자(拄杖子)다. 오래전부터 스님들은 법문을 설하거나 만행에 나설 때면 이를 빼놓지 않고 지녔다. 즉 주장자는 지팡이다. 교통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는 주로 도보로 이동했기에 스님들에게 주장자는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할 법구 중 하나였다. 부처님은 물론 역대 조사들이 주장자를 지니고 다닌 것도 이 때문이다. 도보로 이동할 때 주장자는 훌륭한 도반이 된다. 또 자칫 벌레나 곤충 등을 밟아 생명을 뺏을 수도 있기에, 주장자로 미리 발 디딜 곳을 점검했다. 역사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주장자는 변화를 겪었다. 그래서 석장(錫杖), 법장(法杖), 지장(智杖), 육환장(六環杖)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모양과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가 들어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조사국장, 영축총림 통도사 호법국장, 울산 대각사 주지를 역임하고 현재 부산 원광사 주지를 맡고 있는 인오스님이 주장자의 역사와 현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주장자>를 최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인오스님은 먼저 “어른 스님들이 후학과 불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때 사용한 여러 방편 가운데 하나가 주장자이고, 이는 불교의 진리를 담은 법구(法具)”라며 주장자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주장자와 관련 된 여러 경전을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다. 스님에 따르면 <석장경(錫杖經)>으로 불리는 <득도제등석장경(得道梯燈錫杖經)>에는 주장자(석장)가 지닌 뜻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의 절차를 자세히 수록해 놓았다. 가섭존자에게 말씀을 전하는 형식을 취한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석장을 지닌다”면서 “성인의 표식(表式)이며, 밝음의 표시(明記)이고, 도(道)와 가르침에 나가는 올바른 깃발(正幢)이니 여법하게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라니잡집(陀羅尼雜集)>에 실린 ‘불설주석장문(佛說呪錫杖文)’은 석장, 즉 주장자가 지닌 위신력을 짐작하게 한다. 부처님은 “비구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고 석장을 지닌다”면서 “법장(法杖)은 삼계(三界)를 편안하게 하고 중생을 모두 해탈로 인도한다”고 설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후한시대부터 당나라 초기까지 이적을 모은 <집신주삼보감통록(集神州三寶感通錄)>에는 요동 정벌에 나선 고구려 성왕이 구름을 타고 나타난 스님이 주장자로 가리킨 곳을 파보니 불탑이 나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삼국유사>에는 서라벌 양지스님이 주장자를 날려 시주를 받았다는 일화가 수록돼 있다. 이외도 육환장을 든 지장보살과 각기 다른 모양의 주장자를 든 나한, 그리고 옛 스님들의 진영도 주장자를 쥔 모습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러한 기록을 종합해 볼 때 부처님은 물론 역대조사들이 주장자를 곁에 두고 법을 전달하는 방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이처럼 주장자는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출가 수행자들이 중생에게 법을 전하는 방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장자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교통이 발전하면서 주장자를 짚고 다니는 스님을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다만 큰스님들이 법회에서 설법을 하면서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사례만 남아 있을 뿐이어서 불교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문화인 주장자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인오스님은 “주장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자리에서 은사 근암 지일스님께 주장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였다”면서 “주장자 만들 나무를 찾기 위해 나선 은사 스님을 따라 영축산과 천성산을 수차례 다녔고, 산에서 구한 감태나무로 정성껏 주장자를 만드시던 은사 스님을 곁에서 지켜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점점 잊혀져가는 주장자를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발원했고, 한 해 두 해 모은 주장자를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려는 뜻도 세웠다”면서 “수년간 모은 자료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지만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은 훗날 인연이 되면 증보판을 낼 것”이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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