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발가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김남조 시 ‘생명’에서

추운 겨울의 땅에 생명이 잉태되어 자라난다. 추운 몸으로 와서. 한 생명의 어머니 또한 추운 몸으로 이 세계에 온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파종한 보리가 겨울을 견뎌내며 푸르게 자라나듯이 이 우주 생명은 부서지고, 불에 타고, 버려지고, 피를 흘리면서도 스스로 자라나서 봄을 맞는다. 진실이 마침내 우리에게 오는 것처럼. 그러므로 겨울은 동토(凍土)의 계절만은 아니다. 시인은 시 ‘겨울과 봄의 노래’에서 “지난 겨울 눈 덮인 벌판에서/ 아기를 해산하신/ 겨울의 노래/ 그 아기 실하게 자라난/ 새봄의 노래로다”라고 썼다.

[불교신문3447호/2018년12월8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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