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할아버지,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몸이 튼튼해야 좋은데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요? 

아이가 앓고 나면 부쩍 자란다는 
이야기처럼 아픔이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는 보왕삼매론 말씀이야 

엉뚱하게 들리지? 다 풀어놓으면 ①“몸에 탈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탈이 없으면 지나친 욕심이 들기 쉽다. 그래서 거룩한 분은 ‘앓음으로써 약으로 삼으라’ 하셨다”는 말씀이야. 여러 해 전에 넘어져 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어. 그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살아있으니 아픔도 느끼는구나’ 싶었어. 또 흔히 사람들은 대부분 몸에 좋지 않다는 입에 단 음식을 자주 먹으며 운동도 게을리 해. 그러나 감기라도 들어 한 번 앓고 나면 부쩍 몸조심을 해. “아이가 앓고 나면 부쩍 자란다”는 얘기처럼 아픔이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는 말씀이야.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말씀이야. 묘협이라는 스님이 남긴 <보왕삼매염불직지> 제17편 ‘열 가지 걸리는 지음’을 간추린 거래. 말이 나온 김에 살펴볼까? 오늘은 열 가지 가운데 절반을 먼저 새겨보자꾸나.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걱정하는 마음과 어려움으로써 살아가라’”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해.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말씀이야. 처음에는 어려워도 참고 견뎌야한다니 무슨 소린가 싶었어. 돌아보니 우리가 편리하자고 만들어 쓰는 물건이 다 지구를 더럽히고 망가뜨리면서 이룬 것이더구나. 요즘 뻔질나게 얘기하는 미세먼지니 미세플라스틱이니 하는 폐해가 다 깊이보지 못하여 저지른 데서 왔잖아. ‘그동안 편리함만을 좇지 않고 조금 불편해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길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돌아보면 이제라도 새 길을 열어갈 수 있지 않겠어? 

③“공부하는데 마음에 걸림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공부하는데 걸림이 없으면 배움이 넘친다. ‘걸림 속에서 벗어남을 얻으라’” ④“수행하는데 헤살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헤살이 없으면 다짐이 굳어지지 못한다. ‘모든 헤살꾼으로서 수행을 돕는 벗을 삼으라’” 무슨 말씀일까?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 주저앉지 말고 어려움이 일어난 까닭을 잘 헤아려 걸림돌을 디딤돌로, 헤살꾼을 뜻을 굳히는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참다움에 이를 수 있단 말씀이야. 

⑤“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허술해진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을 이루라’” 이 말씀은 ‘공든 탑이 무너지랴?’하는 속담을 떠올려 보면 금세 새길 수 있어. 탑을 빨리 쌓겠다며 허겁지겁 서두르면 허술하기 마련이다, 오래도록 정성을 쏟아 차근차근 쌓아 가다보면 마침내 튼튼한 탑을 빚을 수 있다는 말씀이야.  

[불교신문3447호/2018년12월8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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