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성기묘덕보살이 법을 묻고 
여래 만나는 10가지 법 답하니
시방의 여래와 보살들이 증명 

제37품인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은 신심 있는 보살은 온 세계에 가득한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는 여래의 출현모습을 보인 품이다. 보살의 뛰어난 실천을 보여준 ‘보현행품’에서 평등해지는 인(因)을 밝히고, ‘여래출현품’에서 평등의 결과를 밝혀 보현행을 통해 부처님을 뵙는 소원이 성취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현행을 실천하는 믿음이 있는 이들은 방광과 삼매를 통해 여래출현을 보게 된다. ‘여래(如來)’는 온갖 것을 아는 지혜의 수레를 타고 와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여래라 한다. 여래가 우리를 위하여 등장하시는 ‘출현(出現)’은 그 자체만으로도 은혜롭고 또 수행할 의지를 놓지 않고 불태울 수 있는 확신 그 자체다. 부처되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에게 부처님의 등장은 너희는 반드시 깨달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수기와 다를 바가 없다. 중생에게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의 수행과 이해와 지혜와 그리고 자비의 지위가 원만한 출현과 보현행의 수행 코스를 보인다. 

여래성기묘덕보살이 보현에게 여래가 출현하는 법을 묻고 보현이 방광의 가피를 받아 답하니, 시방의 미진수 여래와 보살들이 나타나 증명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출현을 의미하는 <화엄경>의 중심사상인 성기사상(性起思想)이다. ‘일체중생실유불성’에 있는 불성, 본래 성품을 드러내는 체성현기(體性現起)를 줄여 성기(性起) 즉, 여래의 마음을 일으키다 혹은 여래의 본성에서 일어났다는 의미로 여래장사상에 사상적 기초를 제공하는 품이다. 

요즘 개봉작 중에 ‘베일리 어게인’이란 영화가 있다. 베일리라는 개가 4번의 환생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가며 보현행을 실천하는 다분히 불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다. 평소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에 대한 화두에 대해 물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다 불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영화였다.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화두를 4번의 환생을 하는 동안 내내 간직한 베일리를 보면서 화두와 보현행은 몸이 바뀌어도 매 순간 챙기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수행자로서 먼 훗날 여래를 맞이할 기본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이 미간 백호상 큰 광명을 놓아 온 세상을 밝히자 무수한 보살이 깨달음을 자연히 얻게 되었다. 그 때 성기묘덕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찬탄의 노래를 부르며,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번엔 입 속에서 무애무외(無碍無畏)라는 대광명으로 모든 세계를 비추고 보현보살의 입으로 들어가니 이제 보현은 보현이 아니라 여래의 모든 것을 아는 보현불이 되어버렸다. 여래의 광명이 보현의 입으로 들어가고 나니 보현의 몸과 사자좌가 백배이상 커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보현의 가치관이 부처님의 가치관으로 바뀌어 몸이 커진 것이다. 이제 여래출현의 인연을 보현을 통해 설법하게 된다. 그동안 여래께서는 근본지혜의 자리는 문수보살을 통해 하셨고. 이제 차별한 지혜로 다양한 스타일의 중생을 모두 이롭게 하기 위해 보현보살을 통해 보살수행자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한 것이다. 

“존경하는 보현보살이시여, 원컨대 여래 응공 정등각이 출현하는 법과, 몸의 모습과, 음성과, 마음과. 경계와. 닦는 행과, 도를 이루심과, 법륜을 굴리심과, 내지 열반에 드심을 나타내 보임과 보고 듣고 친근하여 생기는 선근의 일들을 모두 말씀하여 주소서!” 

질문을 받은 보현보살은 10가지로 여래를 만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여래출현법을 통해 여래의 안목을 지니고, 여래의 법신을 보며 믿음의 눈으로 부처님을 뵙고, 여래의 음성을 중생이 자기 근기로 듣게 되니 평소 근기를 높이고, 여래의 마음으로 중생의 안목을 버리고 부처님의 안목을 갖추고, 여래의 활동영역은 시공을 초월한 것이니 부처님의 경계를 느껴보고, 여래의 자유자재한 중생교화 모습을 기억하고, 여래의 올바른 깨달음을 통해 성불의 원을 세우고, 여래의 설법하는 모습을 보고 전법의 원을 세우며, 여래의 반열반을 통해 부처님이 우리 곁에 계심을 믿고, 여래의 지혜가 작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근을 쌓아 정법의 공덕을 심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불교신문3447호/2018년12월8일자]

원욱스님 공주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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