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헤아리니 본래 스스로 없는데

하물며 식신의 생각(識神念)이 있겠는가.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의 무리

처음부터 능히 버리지 못하네. 

- <보살영락경> 중에서

도반이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소리를 듣고는 속이 상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상황인지라 옆에서 보는 나도 속이 상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야 상대성에 익숙한 우리네 습성이다. 상대적 인식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늘 상처로 작용된다. 언제는 좋아하더니 이제는 싫어 마음이 변했다고 하고, 약속이 영원하지 않다며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도 인연 따라 생겼다가 인연 따라 사라진다는 것을. 사랑도 미움도 심지어 고운말도 미운말도 다 인연 따라 와서는 인연 따라 사라질 허깨비다. 허깨비 같은 사람살이에 홀려 세월을 보내기보단 연극을 보듯 사는 게 좋다. 향기를 훔쳤으되 꽃잎 한 장 다치지 않는 사람이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이다. 사랑할 때 사랑하고 미워할 때 미워하며, 울 때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고 웃을 때는 하늘보다 맑아서 다치거나 건질 마음 하나 찾을 길 영영 없어야 자유인이다. 

[불교신문3446호/2018년12월5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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