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살던 한 사람이 
관직을 얻으려 꾀를 썼다 
큰 횃불을 만들고, 아들을 시켜 
성부산에 올라 쳐들고 있게 했다 

모두 그 불을 보고 괴이한 별이 
그 땅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근심스러워 
별을 물리칠 기도를 하라고 하자

그 사람이 해결하겠노라 나섰다 
그런데 어느 신하의 ‘한 마디에’ 
왕은 명령을 거두고 아들은 …

경주시 내남면에 가면 성부산(星浮山)이 있다. 김유신이 신술(神術)을 부린 곳이다. ‘별이 떠간 산’이라는 뜻을 지닌 이 산의 이름은 김유신 때문에 붙여졌다. 신라 군대가 고구려를 치려 지금의 서울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도리어 고구려와 말갈 연합군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경주에 있던 김유신은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고, 오직 신술로나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산에 올랐다. 김유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갑자기 큰 항아리만한 광채가 나타나 별처럼 북쪽으로 날아갔다. 광채는 벼락처럼 고구려와 말갈 진영을 때려 부쉈다. 

별처럼 날아간 광채라니, 이것은 요즈음의 미사일인가? 어쨌건 그 덕에 신라 군대는 무사히 돌아왔고, 별이 떠간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 성부산이다. 믿거나 말거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옛날이야기이지만, 일연(一然)스님이 산의 이름에 주석을 달아 거기에 덧붙인 이야기는 그럴싸하다. 

경주에 살던 한 사람이 관직을 얻으려 꾀를 썼다. 큰 횃불을 만들고, 밤에 아들을 시켜 이 산에 올라 쳐들고 있게 하였다. 모두들 불을 보고 괴이한 별이 그 땅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근심스러워 하며, 별을 물리칠 기도를 하라고 하자, 그 사람이 자기가 해결하겠노라 나섰다. 그런데 한 신하가, “이는 큰 변괴가 아닙니다. 다만 한 집에 아들이 죽어 아비가 울 징조일 뿐입니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왕도 명령을 거두어 들였다. 꾀를 써서 관직을 얻으려던 사람만 하릴없어졌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횃불을 들고 있던 아들이 산을 내려오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아들이 죽어 아비가 울 징조’라는 말은 그것이었다. 관직 하나 얻자고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식을 키워야 할 마땅한 의무와 책임이 있건만, 이처럼 자식을 이용해 제 영달을 누리려는 자도 얼마든지 있다. 그것이 어찌 옛날 이야기만이겠는가. 오늘날에도 똑같다. 서울의 어느 여고 교무부장이 시험 문제와 답안을 몰래 빼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두 딸에게 주어서 말썽 난 사건이 그렇다. 물론 경위는 아직 조사 중이다. 본인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으니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른다면 아직 단죄할 단계가 아니다. 다만 죄를 입증할 여러 증거가 나온 데다, 학교가 교무부장의 파면과 학생의 퇴학을 정한 바이니, 이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면 이렇다. 

교무부장인 아버지는 학생인 딸들의 명문대 입학을 노렸을 것이다. 명문대에 들어가면 장래가 보장된다. 서울 강남의 명문인 이 학교에서 1등은 명문대 입학의 보증수표이다. 교무부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아버지는 이를 실행할 능력이 있다. 유혹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버지로서 딸의 앞날이 꽃길이기를 바라는데, 이 보다 더한 일이라고 못할 것 없다. 아버지의 책임과 의무라고도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부정한 방법이다. 교육자의 양심을 따질 일도 아니다. 나아가 이렇게 해서 딸들이 명문대에 입학한들 그들의 미래가 행복할까. 어리석기 그지없다. 다만 다시 생각하건대, 교무부장의 행동이 정녕 자식을 위한 희생이나 노력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자기 욕심이었다. 관직 하나 얻자고 아들더러 산꼭대기로 횃불을 들고 올라가게 한 저 신라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밤길을 내려오다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자식이 불쌍할 따름이다. 우리 또한 이렇듯 어리석은 욕심 속에 살고 있지나 않은가 반성한다.

[불교신문3446호/2018년12월5일자]

고운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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