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 또래 사내가 나오면 놀라운 것이라도 발견했다는 듯 아내에게 묻곤 했다. “나도 저 사람 만큼이나 늙어 보여?” 아내는 “저 정도는 아니다”고 얼버무렸다. 이런 문답이 몇 차례 거듭되면서 아내의 대꾸가 다분히 위로성이라는 것, 내 얼굴도 적어도 나이 만큼은 삭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이제 그런 우문(愚問)은 하지 않는다. 나이 쉰이 되자 그리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성 갱년기하면 여성도 아닌 남성에게 웬 갱년기, 폐경(?)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남성은 30대 후반부터 성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감소해 70대는 30대의 1/2, 80대는 1/3 수준으로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에 대한 표적세포의 민감성도 감소해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폐경이 아닌 갱년기(andropause)는 분명히 있으며 중년 남성들 주로 40대, 이르면 30대부터 흔히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호소하는 증상들 대부분이 남성 갱년기와 관련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남성 갱년기의 원인은 첫째, 나이가 들면서 뇌(시상하부)와 고환 기능의 저하로 남성호르몬 분비의 감소를 유발하는 노화가 있고 둘째. 남성 호르몬 감소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잘못된 생활 습관(음주, 흡연, 비만,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호흡기 질환 등 만성 질환)이나 약물 (위장약, 이뇨제, 스테로이드, 무좀약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남성 갱년기를 유발하고 남성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노화에 따른 혈청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30대 중반 이후 매년 0.4%씩 감소한다. 다른 질환이 없는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350ng/dl 미만을 남성 갱년기라고 진단기준을 설정했을 때 남성 호르몬 저하의 빈도는 20 ~40세는 0%, 40~60세 7%, 60~80세 21%, 80세 이상 35%다. 하지만 이 변화는 개인차가 아주 크다. 

무엇보다 남성 호르몬 저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남성의 연령증가에 따른 일차성 골다공증의 원인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testosterone) 농도의 감소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 있어서 적정한 골량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성선 기능저하증과 남성 골다공증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전립선암의 치료를 위한 고환 적출술이나 뇌하수체 호르몬 치료법이 척추 골밀도를 급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한 남성의 약 20%에서 성선 기능저하증이 발견된다.

[불교신문3446호/2018년12월5일자]

김기호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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