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 수계 대중이 장궤합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대법회’
연합회 사찰 신도 1000명 합동 수계

부산 불심 하나로 모으고 초심 되찾자
송광사 율주 지현스님 제안으로 시작

통도사 등 5대 보궁에서 관정수 마련

‘불도 부산’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 채 장궤합장(長跪合掌)으로 삼귀의, 오계를 받아 “부처님 불제자로 다시 태어나겠다” 외치는 1000명 목소리에 의지와 환희가 담겼다.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화답하는 부산 불자들에게 스님들은 보살행 기본인 ‘계’ 의미를 하나하나 다시 설하며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바로 한국불교의 자존심이니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해 스스로를, 그리고 남을 이롭게 해 복락을 누리라”는 말을 재차 전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가 오늘(11월24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부산 불자 1000명을 대상으로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를 봉행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가 한 데 모여 대규모 합동 수계 법회를 연 건 창립 후 처음 있는 일. 그간 회원 사찰은 개별적으로 수계 법회를 봉행해왔지만, 부산 관음사 회주이자 조계총림 송광사 율주 지현스님이 흩어진 부산 불자를 하나로 모아 초심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해보자 제안하며 대규모 법석이 이뤄지게 됐다.

계를 받지 않은 초등학생부터 이미 50년 전 수계를 받은 70대 신도까지, 면면이 다양한 1000명 수계 대중이 빈 공간 없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장궤합장을 하고 한 목소리로 청정계를 청하는 수계 대중에게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은 “계라고 하는 것은 선한 일을 행하고 악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의 기본이 되고, 범부를 성인의 지위에 들게 하는 종자가 되는 것”이라며 “부처님의 계를 받는 것은 생사윤회를 끊고 해탈 열반을 얻게 되는 지름길이자 터전이 된다”고 설했다. 

이번 수계 법회서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5대 보궁에서 공수해 온 관정수. 조계종부산연합회 스님 10여 명이 관정(불문에 들 때 물이나 향수를 정수리에 뿌리는 의식)을 위해 통도사, 상원사, 건봉사, 법흥사, 정암사 등에 흩어져 모아온 것으로, 스님들은 어렵게 구한 관정수를 합수해 신도들 이마에 선근의 씨앗을 심었다. 

“언제 계를 받았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던 이다순(72) 씨는 “매일 입으로 삼귀의와 오계를 외웠어도 다시 하나씩 풀어 설명하는 스님들 말을 들으니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며 “우리 사찰 뿐 아니라 다른 사찰 신도들과 함께 하니 신심도, 환희심도 더 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이 전계사로 나섰다.
오계에 대해 다시 상세히 풀어 설명하는 통도사 주지 영배스님.
조계종부산연합회 스님 10여 명이 통도사, 상원사, 건봉사, 법흥사, 정암사 등 5대 보궁에서 관정수를 모아왔다. 관정수를 합수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를 제안한 부산 관음사 회주 지현스님.
5대 보궁에서 합수한 관정수를 나눠 담는 심산스님.
관정하는 연합회 스님들.
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 수계 대중.
조계종부산연합회 스님들.

초심을 지키려는 부산 불자들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은 존중 아사리 스님들 말에서도 묻어났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은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오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며 “불심이 깊은 부산 불자들 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오계를 잘 지켜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아픈 중생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영배스님은 “오늘 다시 수계를 받아 지녔으니 몸과 마음을 또 다시 청정히 닦아 신심을 견고히 지켜나가자”고 독려했고,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은 “지금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해 모든 일이 번창하시길 기원하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심산스님은 환희심 나게 하는 격려사로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심산스님은 부산 불자들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자존심’, ‘한국불교가 지켜나가야 할 정체성’, ‘한국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신도들’로 비유했다. 심산스님은 “우리 한 명 한 명이 한국 불교를 대표한다”며 “오늘 수계 법회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신심을 다져 언제 어디서든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운 불자로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귀오계를 받았지만 믿음과 행동과 서원도 서로 같도록 해야 한다”는 스님들 말에 수계 대중은 다음과 같은 발원문으로 화답했다. “삼귀의와 오계를 받은 공덕으로 삼악도와 팔난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모든 부처님 일을 낱낱이 원만성취하며, 이 수계 공덕을 온 법계 모든 중생에게 골고루 베풀어 모두 아녹다라삼막삼보리심을 내게 하며,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극락세계로 교화하여 영원과 자재를 함께 얻고 중생을 교화하며, 원수 맺은 이와 친한 이를 평등하게 대하며 생사운회를 영원히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첫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 전계사는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이, 존중 아사리는 부산연합회 전 회장 수불스님과 수진스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영배스님, 부산연합회 상임위원 원범스님, 지현스님, 정현스님, 화랑스님 등 8명이 맡았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수석부회장 원허스님이 유나, 사무총장 석산스님이 호계도감, 통도사 노전 영산스님이 인례를 담당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는 ‘불기 2562년 재가동안거 수행결사’를 지난 24일 입재, 2019년 1월22일까지 60일간 진행한다. 2019년 성도재일을 기념해 승보공양 법회도 봉행할 예정이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심산스님.
심산스님이 "부산 불자는 곧 한국불교의 자존심이다"라고 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청정계를 청하며 삼배를 올리는 불자들.
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 수계 대중이 장궤합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삼귀의·오계 수계대법회’. 1000명이 계를 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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