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아픔’ 함께 나누고 보듬는 도심 속 ‘힐링도량’

포항시 북구 와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운흥사가 최근 제2대 주지 효상스님을 맞은 가운데 도량 정비와 다양한 신행프로그램을 개설해 지진 등으로 침체된 지역 불교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운흥사에서 열린 주지 진산식.

포항 와룡산 자락에 위치
도심과 자연 아우른 도량

‘수행, 포교, 문화전법도량’
기치 내건 신임주지 취임

다양한 기도와 법회 열어
침체된 지역불교에 활력

“내년 불교대학 개강 기점
신도조직화 박차 가할 것”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평소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규모의 지진으로 피해 당사자인 포항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더욱이 이날의 지진으로 다음 날로 예정된 수능 역시 유례없는 연기가 결정됐다. 당시 발생한 지진으로 120명이 다치고 재산피해액은 840여억 원에 달했다. 주택 파손은 900여 곳, 단순 피해 주택 역시 5만여 곳이 넘으며 공공시설과 학교 등의 피해도 400여 건이 넘었다. 포항과 경주 등 지역 사찰들도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사찰 10여 곳에서 기와 탈락과 건물 균열이 일어나는 등 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포항 운흥사 역시 법당 앞 바닥과 탑 난간석이 갈라지고, 요사채 마루가 들리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최근 다시 찾은 운흥사는 도량 불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기도와 법회를 마련하는 등 지진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희망찬 기운이 가득했다. 이는 지난 8월 신임주지로 취임한 효상스님이 사중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신도들과 함께 동분서주한 덕분이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도량정비는 물론 아직도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다양한 신행활동과 문화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주지 취임 직후 만든 명함에 ‘수행, 포교, 문화전법도량’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의기소침한 주민들을 위해 ‘신바람 노래교실’을 만들고 불교학당을 개설해 불자들의 눈을 밝게 해주는 등 침체된 지역 불교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운흥사 전경

포항시 북구 새마을로 와룡산 자락에 위치한 운흥사는 1980년대 사회복지법인 열린가람 이사장 난승스님이 창건한 제11교구본사 불국사 말사다. 지역 복지로 일가를 이룬 난승스님은 현 주지 효상스님을 출가 사문의 길로 인도한 어른이기도 하다. 열린가람은 현재 노인요양시설 정애원을 비롯해 학산종합사회복지관, 경북포항지역자활센터, 포항시니어클럽, 포항시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선재원, 가람재가노인지원센터, 선재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선재장애인주간보호센터, 학산어린이집 등 10여개 시설을 운영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했다. 스님의 이러한 복지 원력의 모태가 되는 운흥사는 1991년 경북지역을 강타한 태풍 글래디스로 인한 산사태로 사찰이 완파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원래 사찰 자리 인근 토지를 매입해 산사태에도 끄떡없는 다목적 건물인 선재당과 능인전 등을 새로 짓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능인전 삼존불과 천불전 석가모니불 개금 복장 점안불사, 요사채로 활용할 신검당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효상스님은 “젊은 시절 난승스님을 모시고 운흥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등 이곳은 나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돌아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어른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그 동안 포교현장에서 배운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부을 것”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조사국장과 사서국장을 역임하고 10년 넘게 영덕 장육사 주지를 맡은 바 있는 효상스님은 운흥사 주지로 부임하자마자 느슨했던 기도와 법회를 재정비하며 사찰 본래기능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신묘장구대다라니기도를 비롯해 우리말 <금강경> 독송기도, 신중기도, 천불전 밤기도 등을 신도들과 함께 했다. 또한 현재 부산 홍법사 불교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스님의 특기를 부임 직후부터 불교학당을 열어 불자들에게 <초발심자경문> 등 기초교리부터 제대로 가르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2년 과정의 ‘아난다불교대학’을 열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운흥사 108성지순례단’을 꾸려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9월 제4교본사 월정사를 시작으로 고창 선운사와 도솔암, 부안 개암사, 제6교구본사 마곡사, 제8교구본사 직지사, 영덕 장육사, 제10교구본사 은해사, 해인총림 해인사, 덕숭총림 수덕사,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양양 낙산사, 제3교구본사 신흥사, 제천 정방사 등 전국의 명찰들을 순례하고 오는 2025년 제주도 제25교구본사 관음사에서 회향하는 대장정이다. 여기에 인도와 미얀마, 일본 등 해외성지순례 일정도 포함돼 있다. 이는 장육사 주지 시절 지역 불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나옹왕사를 찾아 떠나는 108성지순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대불교는 문화로 지역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는 효상스님의 포교철학에 따라 문화도량으로 역할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종교를 초월해 포항, 경주지진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지역 주민들을 힐링할 수 있는 산사음악회, 전통등 전시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열린가람과 연계한 자비나눔을 이어가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기도와 법회 모임 회원들과 모여 정기적으로 복지시설에 대중공양을 올리고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한 해외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효상스님은 “수행, 포교, 문화전법도량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차근차근 도량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특히 내년 불교대학 개강을 기점으로 신도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 지진의 아픔으로 힘들어 하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힐링공간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 앞세운 지역포교에 역점”

인터뷰 / 운흥사 주지 효상스님

운흥사 주지 효상스님

“와룡산을 끼고 있으며 도심에 인접한 운흥사는 접근성이 좋아 자연과 함께한 도심포교당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러한 이점을 살려 불자는 물론 일반시민들에게도 휴식을 제공하는 도량으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문화를 앞세운 포교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8월 포항 운흥사 제2대 주지에 취임한 효상스님의 포교전략은 ‘문화’에 있다. 수행과 기도 등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현대에 맞는 세련된 문화 프로그램으로 도심 속 도량의 위상을 갖추기 위함이다.

더욱이 지진 등으로 침체된 지역사회와 불교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문화포교 만한 아이템도 없다. 스님은 “지난해 포항, 경주를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지역 사회는 전체적으로 침체돼있고, 여기에 곳곳에 대형교회들이 즐비한 지역 특성상 현지 불교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열악한 포교여건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포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효상스님은 주지 취임 직후 개인 신행활동 중심으로 운영하던 사찰 운영을 매월 사찰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신도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불교의 힘은 ‘신도 조직’에서 나오고 그 바탕은 주지 스님과 신도들 사이의 신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화포교도 뜻 맞는 불자들과 함께 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스님의 판단이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먼저 장육사에서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템플스테이와 어린이합창단 등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전 주지 난승스님이 직접 만든 형형색색의 대형 전통등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위축돼 있는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힐링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여기에 불교대학 졸업생들과 지역 불자들을 위해 사찰음식과 다도 등을 배울 수 있는 불교대학원을 열어 문화도량으로 입지를 공고히 다져나갈 전망이다. 스님은 “불교가 나가야할 방향도 대중과 함께하는 문화포교에 있는 만큼 긴 호흡으로 단계를 밟아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3월에 문을 열 아난다불교대학을 시작으로 문화강좌로 채워질 불교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활발한 지역 포교로 운흥사의 제2 전성기를 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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