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정부는 국립공원 안에 편입된 전통사찰보존지가 사유지라는 사실과 1000여 년 동안 사찰 관리로 인해 우수한 생태환경과 문화자원이 보존돼 왔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지리산국립공원 안내판만 봐도 사찰 이미지는 없고 곰이 들어가 있다. 공원이지만 여기가 사유지라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문화재구역입장료 징수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도 사찰보존지에 대한 국민 홍보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영경 동국대 교수는 재가불자 지도자 모임인 불교포럼(상임대표 김동건)이 11월21일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제31차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 문화재구역입장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이후 10년 넘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이 교수는 사찰을 규제대상으로만 보는 수직적 관리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사찰보존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국민 편의와 자연 보존, 활용 이런 것 뒤에 있으면서 (일반에서) 불교를 공격하게 만든다”며 “이는 매우 비겁한 처사다. 책임지고 나와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이 교수는 문화재구역입장료 징수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문화재를 ‘면단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사찰 진입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과 사찰림, 천 년 이상 계승된 종교적 이야기와 상징성 자체를 문화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일반에선) 일주문이 보이는 곳부터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사찰 산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만나는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가면서부터 역사와 문화를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경 동국대 교수는 불교포럼이 11월19일 연 제31차 강연에서 “정부는 종단과 공동으로 전통사찰보존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으로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조계종 홍보국.

또 하나는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유지인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환경부의 방치와도 관련이 깊다. 이 교수는 “전통사찰보존지를 중심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된 이유는 사찰보존지가 다른 산림보다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다양한 자원이 있는 가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사찰보존지를 잘 보존하고 관리해온 소유자인 사찰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이날 복합유산지역인 전통사찰보존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시급한 조치 사항으로, △국립공원 안내판에 전통사찰보존지 경계 표시와 설명 △전통사찰보존지 안의 국립공원 표지판 로고는 사찰 관련 이미지만 사용 △국립공원 안 전통사찰보존지 가치에 대한 홍보책자 및 자료 발간 △현재 진행 중인 자연 공원법 개정 연기 △정책 선도를 위한 정부, 시민단체, 국회와의 공동 세미나 △토착민과의 공동관리 우수 사례지역인 호주 연방정부, 정부와의 국제 세미나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2년 제2차 국립공원 관리계획 수립을 앞두고 서둘러 대응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올바른 내용과 가치평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종단적 차원의 통합적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 및 인력 확충이 필수라는 점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종단 내 전통사찰보존지 관리는 각 부서별로 분리돼 있다”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찰보존지의 이용 및 활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러한 정책의 정부 차원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문화재구역입장료와 국립공원입장료를 합동 징수하다, 어느 날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문화재구역입장료를) 잘 홍보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불교라는 큰 정신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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