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부처님 제자가 되었나니 항상 맑은 정신 스스로 깨어 있어 낮이나 밤이나 선정에 들어 그 마음 살피어 보기를 즐겨하라. 
- <법구경> ‘광연품’ 중에서

새벽 이른 시간에 오랜만에 혼자만의 느긋한 찻자리를 가졌다. 찻자리 중의 찻자리, 홀로 마시는 새벽 찻자리야 말로 최고다. 고요하고 청랑한 시간이 주는 찻자리는 차맛도 특별하게 만든다. 새벽 찻자리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기에도 좋고 버려야 할 것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한 삼년 간 정리를 못하고 산 비닐하우스처소 안을 정리했었다. 핑계야 포교당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큰절 소임도 봐야하는 처지라 정작 정리해야할 일을 미루고 미룬 탓으로 버릴 게 넘쳐났다. 그러고 보니 쓸데없는 것도 참 많았다. 놔두면 쓰겠지 했던 것들이 전부 버릴 것들이었다. 특히 뭔 책을 그리도 많이 쌓아놓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읽은 것도 있고, 읽다가 만 것도 있고, 아예 표지만 보고 꽂아두었던 책도 있었다. 꼭 소장할 책을 빼면 버릴 책이 사과박스로 열댓 상자가 넘었다. 그러니 내 머릿속은 또 얼마나 상그러운가. 앉아 있으면 온갖 잡념이다. 버려야 할 생각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탓이었다. 

[불교신문3442호/2018년11월21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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