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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12.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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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머문 그 곳] <51>만어사 어산불영부처님 그림자(佛影)도 설법을 하니 물고기들이 산을 떠나지 않네(魚山)

“고기(古記)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만어산(萬魚山)은 옛날의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又阿耶斯山)이니, 부근에 가라국이 있었다. 옛날에 하늘에서 알이 해변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바로 수로왕이다. 당시 나라 안에 옥지가 있었는데, 연못에는 독룡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는 나찰녀 다섯 명이 독룡과 오가면서 사귀었기 때문에 이따금 번개가 치고 비가 와서 4년이 지나도록 오곡이 영글지 않았다. 왕은 주술로 막고자 했으나 하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에게 청하여 설법을 한 연후에야 나찰녀가 오계를 받아 이후로는 폐해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바위로 변하여 골짜기에 가득 찼는데, 각기 쇠북과 경쇠 소리가 났다.” 

- <삼국유사> 3권 제4 ‘탑상’편 어산불영(魚山佛影).  

기암괴석들이 마치 강물을 이루듯이 펼쳐져 있다. 검은 바위들은 두드리면 종소리 또는 목탁 소리가 난다 .

가야의 여섯나라는 백제와 신라의 사이에 끼여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연맹체제를 구축하고 가야국의 수로왕(首露王)을 맹주로 받들었다. 수로왕은 서기 42년에 나라를 세우고 158세를 살았다. 또한 수로왕은 인도에서 온 허황옥이란 여인을 왕비로 삼았다. 아직까진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불교가 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허황후와 함께 불교가 들어 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삼국유사의 어산불영(魚山佛影) 이야기도 불교가 토속세력과 갈등을 극복하고 자리 잡는 내용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0년 전 설화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장소인 만어산은 경남 밀양에 실존한다. 지난 12일 만어산 만어사를 찾았다. 

보통 사찰에 가면 많은 물고기를 만난다. 물론 연못 같은 곳에 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추녀 끝 풍경에도 전각 공포에도 늘 접하는 목탁과 목어 또한 물고기 모양이다. 

또한 만어사(萬魚寺) 뿐 아니라 범어사(梵魚寺), 오어사(吾魚寺) 같이 절 이름에 물고기 어(魚)자가 들어가는 유명한 사찰도 많다. 단순한 장식물이 아닌 의미를 가진 상징물로 물고기는 오랜 시간 사찰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백장청규>에도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으며, 또한 이것을 두드려 수행자의 잠을 쫓고 정신 차리도록 꾸짖는다”고 적혀 있다.

보물 제466호 만어사 삼층석탑.

만어산에는 그 이름만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이 있다. 미륵불로 변한 용왕의 법문을 듣고자 모였던 산을 가득 메운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삼랑진에 자리 잡은 만어사는 아침 운해 또한 유명하다. 혹시 운해를 볼 수 있을까 새벽부터 서둘렀다. 이슬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산은 보다 진한 가을 빛깔을 뿜고 있다. 58번 국도를 따라 언덕을 넘어 갈 때는 안개가 자욱하다. 670m 산 정상 근처에 있는 만어사에 다다랐다. 입구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에 이슬이 맺혀 있어 신선하게 느껴진다. 경내에 들어서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너덜지대이다. 검은색 바위들이 위쪽에 자리한 미륵전을 향해 일제히 쳐다보고 있는 듯이 서 있다. 이 바위들이 바로 물고기들이 변해서 생긴 바위들이다. 검은 바위 위 곳곳이 칠이 벗겨지듯이 하얗게 되어 있고 작은 돌맹이들이 놓여 있다. 돌을 들고 바위를 두드려 본다. 어떤 것은 “똑 똑 똑” 목탁소리가 어떤 바위는 “뎅 뎅 뎅” 종소리가 들린다. 

바위지대를 빠져 나와 대웅전으로 향한다.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466호 만어사 삼층석탑이 바위 물고기들과 함께 1000년 넘게 법등을 밝히고 이다. 대웅전 우측에 위치한 미륵전으로 향한다. 미륵전 내부에는 조각되지 않은 거대한 바위가 솟아 올라와 있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스님은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부처님께 오계를 받은 후에도 마음 속에 악의가 다 사라지지 않자 용왕은 부처님께 계속 이곳에 머물기를 요청한다. 부처님은 바위 속에 1500년 동안 머물겠다고 한다. 미륵전 안에 솟아 오른 바위.

“부처님께 오계를 받은 용왕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이 그곳에 항상 머물러 있기를 청하며 말했다. 

‘부처님께서 만약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면, 저에게 악한 마음이 있어 아뇩보리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중생을 돌봐야 하는 부처님이 한 곳에만 머물 수는 없는 법. 부처님은 ‘이제 악귀가 있는 석굴을 가져다 나에게 시주하라.’ 용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했다. 이때 석가여래가 용왕을 위로하여 말했다. ‘내가 네 부탁을 받아들여 네 석굴 속에 앉아 1500년을 지내겠다.’ 

말을 마치고 부처가 몸을 솟구쳐 석굴 속으로 들어가자 바위는 맑은 거울처럼 사람들의 얼굴 모습을 비춰 주었는데 여러 용들도 모두 나타났다. 부처는 바위 안에 있으면서도 형상이 밖으로 내비쳤다. 이때 여러 용들이 합장하고 기뻐했으며 그곳에서 떠나지 않고 부처의 얼굴을 언제나 보게 되었다. 석가세존이 석벽 안에서 발을 포개고 도사려 앉으니 중생들의 눈에 멀리서는 보이고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았다. 여러 하늘 세계에서 부처의 그림자에 공양하면 부처의 그림자 역시 설법을 했다고 한다.” 

만어사 전경.

미륵전 안에 솟아 있는 바위는 부처님이 1500년 동안 머물겠다고 한 바위이다. 모든 물고기들이 부처님 얼굴을 항상 보기위해서 바위 쪽을 향하여 머물렀고 부처님 그림자 또한 설법을 했다고 하니 이곳이 ‘어산불영(魚山佛影)’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부처님 법을 듣게 다고 머문 물고기들은 2000년 넘게 간절함 마저 비워서 이런 소리를 낼까.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바위를 두드려 본다. “뎅 뎅 뎅.” 

바위 위에는 소리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바위를 두드린 흔적들이 남아 있다.

[불교신문3442호/2018년11월21일자] 

밀양=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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