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공부를 하다 작년가을에 결실을 맺어 작은 문학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사연이 있어 신춘문예 발표 나던 그 주 월요일에 취소가 되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눈앞이 깜깜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억울하고 슬프고 괴로웠다. 

거의 일주일 내내 밥도 못 먹고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지 궁리했다. 월요일에 사건이 벌어지고 목요일까지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쳐갈 무렵 금요일 새벽 홀로 깨어 밝아 오는 창밖을 보며 무엇이 내 마음을 이렇게 괴롭고 슬프게 하는지 곰곰이 따져보았다. 처음 내가 동화 공부를 하던 이유는 아이를 키우다 나도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공부에 대한 결과를 생각하게 되어 문학상을 꿈꾸었다. 등단에 대한 열망이 생기고 내 작품을 인정받고 싶었다. 동화를 공부하는 목표가 어느새 상으로 변했다. 드디어 상을 받고 기뻤다. 

하지만 그 상이 사라지자 내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상은 내 작품에 대한 인정이었고 그 인정은 상이 사라진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나는 상에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과연 동화를 쓰려 했던 처음 마음이 그 작은 상장이었을까? 내 유년의 기억 중 엄마 따라 시장에서 본 할머니 한분이 있다. 채소 한줌 팔려는 꼬부랑 할머니를 보며 ‘어린 나’는 그 할머니가 한없이 가여웠다. 닭장에 가서도 방금까지 살아 있던 닭이 모가지 비틀려 뜨거운 물에 담겨져 닭털이 벗겨진 모습을 보며 가여웠다. 

‘어린 나’는 내 안에서 매 맞거나 고통 받는 친구들을 보면 울었다. 아이들이 까르륵 웃으면 ‘어린 나’도 즐거워서 웃었다. 그런 어린이들의 삶을 ‘어린 나’가 슬플 때는 위로 하고 기쁠 때는 같이 웃고 싶었기에 나는 동화를 쓰고 싶었다. 비로소 내가 동화를 쓰려 했던 마음을 찾았다. 그 마음을 찾고 나니 사라진 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동화를 쓰고 싶었을 뿐, 그러다 상을 받으면 ‘어린 나’와 손잡고 기뻐할 것이다. 잊었던 내 마음을 찾자 나는 상이 사라진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왜 동화를 쓰려 했는지 마음을 되새겼다. 처음을 찾아 엉켜 있던 실타래를 풀자 비로소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건 내 나머지 인생에 있어 아주 귀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내가 또다시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괴로움과 슬픔에서 나를 건져 낼 수 있는 나침판이 될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데 그 아침에 불교신문에서 등단 소식을 알려왔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보았다.

[불교신문3442호/2018년11월21일자] 

이은정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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