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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실에서 법을 청하다] 조계종 대종사 법산스님“콩나물이나 사러 다니는 스님 되려고 출가했나?”

 

머리 깎고 출가하면 
공부할 수 있단 말에
열다섯에 화방사로 출가

대승경전 범어 줄줄 외고
6년간 대만유학 중국禪 섭렵
평생 후학양성…대종사 품서 
지금도 날마다 금강경 독경

법산스님은 출가한지 60여년이 흘렀지만 날마다 금강경을 왼다. 내년이면 금강경 5만독에 이른다. 금강경을 외면 욀수록 “삿된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스님은 5만독을 마치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처음으로 금강경을 설한 인도 기원정사에 갈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바야흐로 1960년대 초반. 중학교도 못 갈 정도로 가난했던 열다섯 소년은 절에 가면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머리를 깎았다. 어린 스님은 남해 망운암에서 고시공부하는 형들에게 물어가며 중고등 과정을 마쳤다. 당시 절에서는 이따금씩 유과(油果)를 만들어 먹었다. 찹쌀로 반죽해서 기름에 튀겨 먹는 맛나고 귀한 음식이었다. 어느날 노스님이 유과를 만들려고 찹쌀을 불려놓고 출타하셨다. 이때다 싶어 칭찬받을 생각에 노스님 허락없이 찹쌀반죽을 열심히 빻아서 삼베로 덮어 놓았다. 사흘만에 돌아온 노스님은 노발대발 하셨다. “찹쌀을 사나흘 그대로 둬서 발효를 시켜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찹쌀이 갖고 있는 끈적한 성질이 썩어 없어져야 기름에 튀길 때 맛깔스럽게 부풀려지는 원리…. 아이고 그걸 알고 나서 무릎을 딱 쳤지요.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찹쌀성질 죽이듯 수행하고 정진해서 딱 성질을 죽여버려야 맛난 유과처럼 향기로운 수행자가 되겠구나.” 

지난 7일 만난 조계종 대종사 법산스님은 “유과 알지요?”하면서 그 옛날 ‘유과 일화’를 들려줬다.

출가수행자로 산 지 60여년이 흘렀지만 법산스님은 여전히 계율을 수지하고 날마다 독경한다. 매일 틈틈이 <금강경>을 독송하는 스님은 지금까지 4만5600독을 했고, 이제 곧 5만독을 앞두고 있다. 한평생 교육과 수행에 매진해온 일흔 넘은 원로 스님에게 금강경 독송이란 어떤 의미일까. “마음에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미움이 일어나지 않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이미 머릿속에 다 외우고 있지만 같은 말이 반복돼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생깁니다. 본래 자성의 청정한 마음을 찾아가는 수행인데, 멈춰서는 안되지요.” 법산스님은 “수행자로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는 게 출가수행자로서 나의 신조”라고 했다. 스님은 “계율도 의식할 것 없고 수행도 의식할 것 없다”며 “생명을 존중하고 상호간에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올바른 말을 하고…. 그렇게 반야의 지혜를 취득해서 반야의 밝은 지혜로 오온을 관찰하면 모든 것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야심경 260자에 무(無)자와 불(不)자가 30자나 됩니다. 부정사가 거듭 쓰이는 것은 전도를 밝히기 위해 상쇄시키는 개념입니다. 소위 설사를 하듯 방하착, 고집과 집착을 계속 버리는 겁니다. 결국 다 버리고 나면 청정 본연의 본래 면목, 그게 바로 반야입니다.” 

법산스님은 지난 겨울 함양 남산사 고경선원에 방부를 들였다. 선방 수좌들 앞에서 스님은 ‘고경(古鏡)’의 의미를 짚어줬다. “옛(古) 거울(鏡)이라는 것은 바로 본래의 거울 자성의 거울입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렌즈를 가리키며) 저 렌즈도 마찬가지야. 미세한 먼지라도 끼어있으면 사진이 불분명하게 나오잖아. 미세한 먼지같이 우리 마음에 삼독심이 끼어있으면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그 먼지에 집착을 해버리면 항상 흐린 생활을 하는 것이야.”

스님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이란 화두를 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번뇌와 망상,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로 인해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으로 모든 경계가 입력됩니다. 입력된 사상과 형상 소리 등에 종속이 되어버리면 잘못된 오염과 고집, 집착이 생기지요.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삼세 무명업장이 됩니다. 그 업장에 우리가 끌려다니는 것이죠.” 법산스님은 수행자의 범계행위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질책했다. “염불하고 참선하고 간경하고 치열하게 용맹정진하는 것은 전생업을 끊기 위한 부단한 노력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부모미생전 반야의 지혜를 회복하자는 것이지요. 금생의 하찮은 습관도 못버리면서 어찌 전생업을 끊어낼 것인가. 속인들과 똑같이 살려면 뭐하려고 출가를 했는가 말입니다.” 

법산스님은 “예로부터 큰스님들의 도력이나 원력은 전생부터 쌓아온 법력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며 “원로 스님들이 큰절에서 법석에 올라 중생들에게 한 생각을 탁 하고 줄 수 있는 법력과 마음의 탐진치를 탁 쓸어내릴 수 있는 방편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들이 수행을 잘하고 산중마다 법력있는 스님들 잘 모시고 교육과 수행의 양 바퀴가 잘 돌아가야 한국불교가 바로 섭니다. 승가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님들 교육이 제대로 되면 신도교육은 절로 됩니다.” 스님은 출가 권장 캠페인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발심출가한 행자들을 잘 이끌고 교육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초심자 시절 허드렛일과 같은 체험도 필요하지만, 노동이나 훈련을 시키듯이 행자를 관리해선 안됩니다.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왜 출가를 했는지, 어떤 수행자로 살아갈지 진심을 들어주고 그 마음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의대 법대 출신도 많고 웬만하면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재들입니다. 오죽하면 오늘날 승가교육이 ‘하향식 평준화’라는 우스개 소리도 합니다. 교육을 통해 인식을 바꾸면 새로운 지혜가 샘솟아요. 삿된 것을 깨어버리는 반야의 지혜가 나옵니다. 허구헌날 수박 겉만 핥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확 깨어져서 먹혀져야 수박의 효과가 나오듯이 중생탈을 벗어야 깨침이 오는 법입니다.”

법산스님은 청각장애인에게 법을 설하기 위해 1988년부터 수화를 배웠다. 원심회의 전신인 당시 수화모임에서 수화를 배워 장애인포교 원력을 세운 비구니 스님이 바로 해성스님(현 연화원 대표)이다. 그 오랜 인연으로 법산스님은 올해로 20년째 매월 두 번째 일요일 시각 청각 장애우들에게 법문을 해준다. 내년도 금강경 5만독 돌파하면 스님은 이들 장애우 20여명과 함께 석가모니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한 인도 기원정사로 순례를 떠날 계획이다. 기원정사에서 대중들이 모여앉아 독경을 하고 법회를 볼 수 있도록 장비도 준비하고 있다는 스님의 표정에는 설레임과 흐뭇함에 가득하다. 

“콩나물이나 사러 다니는 스님 되지 말아라. 불전이나 헤아리는 스님 되지 말아라.” 조계종립 기본선원에서 젊은 스님들에게 신신당부했던 법산스님의 말이 내내 머리에 맴돈다.

 법산스님은 …

불교대학장 정각원장…
한평생 교육자 외길

1945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스님은 15세에 남해 화방사로 출가했다. 요즘으로 치면 ‘방송통신학교’를 통해 중고등과정을 마친 스님은 1967년 마산대학(현 경남대)에 입학했다. 당시 서경수 동국대 교수가 마산대학 특강을 왔다가 범어(산스크리트어)를 잘하는 법산스님을 보고 동국대 편입을 권했고 동국대에 입학한 스님은 범어로 된 대승경전을 줄줄 욀 정도로 공부에 전념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탄허스님에게 사서삼경을 비롯 도덕경 장자 노자와 같은 동양철학 전반을 배웠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동국대서 강사로 활약했다. 
법산스님은 1980년 9월 대만 중국문화대학 철학연구소에 입학, 6년간 대만유학생활을 했다. 중국문화대학에서 <선학의 황금시대>를 저술한 오경웅 교수를 만나 중국 선학을 터득했고, 대만 푸런대학 총장인 로깡신부에게 중국고대철학사상을 배웠다. 
보조국사 지눌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은 1986년 동국대 선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동국대 불교대학장, 불교대학원장, 정각원장, 불교문화연구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한국선학회장, 인도철학회장, 한국정토학회장, 동국대 명예교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등 학승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5월 조계종 대종사 법계를 품수받았다. 

[불교신문3441호/2018년11월17일자]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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