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리처드 곰브리치 지음·송남주 옮김/ 불광출판사

<서양미술사>를 쓴 세계적인 미술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아들이자 저명한 불교학자인 리처드 곰브리치가 부처님의 독창적 사유를 치밀하게 좇으며 현대의 불교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하는 인문서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를 최근 펴냈다.

저자는 먼저 “붓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며,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부처님은 인도 브라만교의 업(業, karma)과 제의(祭儀)라는 오래 묵은 사유를 윤리화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지적 도약을 이뤄냈다. 부처님의 윤리관은 철저한 개인의 판단과 책임이 뒤따른다. 윤리적 행동과 책임은 각자에게 있고, 여기에는 맹목적인 믿음이나 외부의 강요가 아닌 올바른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대에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2600여 년 전 계급 사회였던 인도에서 이러한 사상이 태동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말하고자 했던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고 시도하기보다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부터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먼저 독자들에게 그러한 마음 상태에 주의를 준다. 부처님을 오로지 종교 지도자로만 보고 신비하게 여기는 것은 무익하며, 불교를 이해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부처님은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신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가르쳤을 뿐, 이론체계를 만들거나 고매한 이상 같은 것은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번잡한 이론과 신비로움으로 치장된 브라만교의 용어를 적극 차용해 일반화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사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단어로 업(karma)과 법(dharma)이 있다.

특히 부처님은 브라만교에서 ‘제의를 거행하는 성스러운 작업’을 뜻하던 업의 의미를 일반인의 행동범주 안에 포함시켰다. 다시 말해 브라만교만의 종교적 의미였던 ‘업’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행위’라는 보편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점이 부처님 사유의 독창성이며, 이것은 후에 ‘방편(方便)’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설법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진정한 사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업설이야말로 붓다 세계관 입문에 가장 좋은 시작점”이라며 “업은 붓다가 삶을 조망하는 근본 사상일 뿐만 아니라 기본 교리들을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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